당근 같은 말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오랜만에 학교 구내식당을 찾았다.
영양사와 구면인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영양사님이 내 식판을 보더니 물으셨다.
“선생님, 요즘 다이어트 하세요?”
밥을 조금 담아서 그러신가 싶어 멋쩍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더니, 이어진 말.
“어쩐지 얼굴이 엄청 작아지셨어요. 한 5kg 정도 빠지신 거 같아요.”
그 순간, 뒤로 넘어갈 뻔했다. 기분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영양사님은 천사인가 봐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오늘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
밥을 다 먹고 전신거울 앞에 섰다. 몸은 여전히 울퉁불퉁 그대로였지만, 마음만은 가볍고 단단해졌다.
매일 보는 사람은 체중 변화를 잘 모른다. 눈에 확 띄려면 10kg은 빠져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고작 3kg 남짓. 주말이면 다시 오르고, 평일이면 내려가는 그 3kg을 붙잡고 씨름 중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영양사님의 한마디가 다시 불을 지펴주었다.
결국 나를 달리게 하는 건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면 “살 빠졌네, 쪘네” 하는 인사치레가 오간다.
다이어트 중인 내겐 그 말이 때론 기분을 상하게 하고, 때론 하루를 빛나게 만든다.
엄마에게 “영양사님이 나 5kg 빠져 보인대!” 하고 자랑했더니,
“아파서 살 빠진 사람한테 살 빠졌냐는 소리는 기분 안 좋을 거야. 괜히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하셨다.
그 말도 맞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살 빠져서 예뻐졌네.”
“얼굴이 환해졌네.”
그런 긍정의 말이면 충분하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오늘 나는 그 말을 받아, 더 멀리 달릴 힘을 얻었다.
<아침 9시>
사과+땅콩잼, 키위, 구운란 1개
<점심>
일반식
<저녁>
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