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다음은 봄동비빔밥… 유행보다 오래된 절기 밥상

by 송 미정

얼마 전 기사에서 “두쫀쿠 다음은 봄동비빔밥”이라는 제목을 본 적이 있다.

달콤한 디저트 열풍을 지나, 제철 채소와 건강한 한 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 음식보다 건강한 음식이 유행이 되는 흐름이라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절기를 잘 모른다. 설날과 추석은 알아도, 쉬지 않는 정월대보름은 낯설어한다. 우리 딸도 그렇다. 하지만 세시풍속에서 정월대보름은 설만큼이나 중요한 날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이날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혹시나 정말 하얘졌을까 봐 아침에 거울을 들여다보곤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장난삼아 눈썹에 밀가루를 묻혀 놓은 적도 있다. 아침이면 다 지워져 있었지만, 그런 소소한 장난이 추억이 되었다.

“내 더위 사라!” 하며 동네 친구들에게 더위를 팔던 기억,
아침에 엄마가 부럼을 꼭 깨서 먹어야 한다고 해서 잠도 덜 깬 상태에서 피땅콩을 깼던 게 생각난다.


영양사 시절 정월대보름 급식 메뉴로 오곡밥과 묵은나물, 부럼을 담아내던 날도 있었다.

여기서 또 빠질수 없는 메뉴는 '김'인데

예전부터 오곡밥과 함께 김에 함께 싸먹는 쌈을 복쌈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 위에 오곡밥 여러가지 나물을 올려 한입에 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있다.

이날 직원들이 급식을 담으면서 꼭 하는 농담은 “귀밝이술은 없어요?”라고 묻기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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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데

오곡밥은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묵은나물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한 지혜였다. 부럼은 부스럼을 막고 이를 튼튼하게 하라는 뜻, 귀밝이술은 좋은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바람을 담고 있었다.

이처럼 절기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계절을 읽고 몸을 돌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봄동비빔밥이 유행이라는 기사보다 더 반가운 건, 우리가 원래 그런 음식을 먹어왔다는 사실이다. 유행처럼 소비되는 건강식이 아니라, 삶 속에 녹아 있던 건강한 밥상 말이다.

정월대보름에 나물은 보통 여러가지를 준비해야 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집하게 만들수 있는 나물이 있다 바로 '무나물'이다. 무를 채 썰어 살짝 절였다가 들기름에 볶고, 코인 육수와 참치액으로 간을 맞춘 뒤 들깨가루를 더하면 훨씬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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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는 하지 못해도, 오곡밥 한 숟가락과 나물 한 접시 부럼을 깨고

달을 보며 소원 한 가지 빌어보자.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아이와 함께 “왜 오늘 오곡밥을 먹는지” 한 번쯤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유행은 바뀌어도, 절기 음식에 담긴 마음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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