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성장일기
영양사로 일하기 위해 구인 구직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알아보던 중 집과 가까운 대학교 식당에 자리가 난 것을 알게 되었다.그곳에 지원했더니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자리에는 사장이라고 소개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뻔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분이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학교에서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게 아니고 사장에게 위탁한 구조라고 했다. 집이랑 가까웠고 신입치고 월급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직영이건, 위탁이건 상관없었다. 학교 안에는 3개의 구내식당이 있었다. 그 중 내가 근무할 곳은 그 학교에서 가장 큰 00관 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조리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먼저, 밥모 이모라 불리는 명희 이모
푸근한 몸매에 따뜻한 인상의 명희 이모는 언제나 웃는 표정이었고 00관의 햇살이었다.명희 이모는 배식 중 밥이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주 업무였고, 이모들 중 가장 오래 일하신 분이었다.
두 번째로 분식 이모라 불리는 주희 이모.
젊고 작고 마르셨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낭랑한 목소리를 갖고 있던 주희 이모는 식당에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늘 학생들을 세심하게 살펴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가 다음에 오면 좋아하던 메뉴를 먼저 챙겨주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모였다.
그 외에도 설거지, 홀 정리, 식권 판매 이모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전체 식당의 실세인 사장의 '어머니'가 있었는데, 다들 그 분을 '어머니'라 불렀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도 자연스럽게 '어머니'라 불렀다.
나이를 먹으면 밝은색이 좋아한다더니 '어머니'는 정말 그랬다. 항상 시뻘건 립스틱을 바르고 빨간 옷과 빨간 베레모를 썼다. 작은 체구에 허리까지 굽어서 멀리서 보면 홍고추 같이 보였다.
신입 시절의 나는 제철 음식이 뭔지, 일인량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지, 단가에 맞게 식단 작성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다. 예를들어, 육개장을 만들려면 안에 재료가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제육불고기를 하려면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써야 하는지 비름, 근대, 아욱, 이런 건 다 어떻게 생긴 건지 몰랐다. 게다가 조리원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는 게 없으니 무엇이든 부지런히 배웠어야 했는데,조리원 이모들이랑 다른 사람 흉이나 보고 있었다. '어머니'만 안 계시면 모두 모여 '어머니'와 사장 흉을 보았다.
흉보는게 일상인 곳이었고 그런 물에 나도 금방 젖어 들었다.
2년 정도 근무하다 보니 사장과 '어머니' 가 모든 걸 결정하는 이 회사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는 중 사장이 다른 요식업을 시작하면서 점점 월급을 밀리기 시작하였다. 월급을 못 받으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2개다.
1. 사장이 줄 때까지 기다린다.
2. 노동부에 찾아간다.
1번의 장점은 사장과 악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단점은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 즉 피해자는 나인데 비굴하게 돈 언제 줄 수 있냐고 눈치 보며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2번의 장점은 나 대신 국가에서 독촉해 준다는 것이다. 단점은 귀찮은 서류를 신청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 사장과 악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2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직장에서 노동부라니...
노동부에서 기본적인 서류 작성을 하면 월급은 언제부터 못 받았는지 퇴직금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준다. 노동부에서 사장에게 몇 월 며칠에 노동부에 출석하라는 공문을 보낸다. 그 날짜에 나도 출석해서 서로 마주 앉는다.
만약 사장이 출석하라는 날짜에 계속 나오지 않으면 민사 재판으로 넘어가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서류를 작성하며, 그 인간이랑 어떻게 마주 보고 앉아 있나 싶었다. 만약 사장이 끝까지 출석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일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인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들여야 하는 건지 싶어 나 자신이 안쓰럽기도 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조리원들은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고 사장이 줄 때까지 기다릴 거라고 했다.
드디어 출석 날이 왔다.다행히 사장이 먼저 와서 앉아있었다.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었다. 나와 이야기 하는 것도 딱히 없는데 같은 날 부르는 건 아마 노동부 직원들이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인 거 같았다. 신고한 나도 신고당한 자도 모두 좌불안석이다. 사장은 노동부 직원의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하고, 몇 월 며칠까지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약속해도 안주는 사장들도 있다고 들었으나 다행히도 약속한 날에 다 주셨다. (1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지금은 노동부에서 못 받은 급여를 지원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내가 월급 받은 게 조리몇 달 후, 내가 월급을 받은 게 조리원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명희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노동부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온 통화에서 결국은 노동부에 안 가셨다고 들었다. 그 이후 연락이 끊겨서 돈을 다 받았는지는 못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