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애쓰고 있는 영양사들에게

#영양사 #성장일기

by 송 미정

현직 영양사로 18년 정도 근무하였습니다. 시작 전에 선배들에게 들었겠지만 막상 해보면 업무가 장난 아니죠? 메뉴 작성 날짜는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내 할 일도 많은데 본사에서 보내라는 서류들은 뭐가 그렇게 많은지. 정신도 없는데 인력까지 안정 안 되면 미치는 날들이 이어질 거예요. 주방 인력이 안정되어 한숨 돌리면 밥 먹는 사람들의 클레임이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그런데 다 지나가요. 다 지나갈 거예요.

이일을 처음 할 때 조리원들이 귀여운 알바생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엄연히 이 식당의 책임자인데 조리원들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답답한 알바생쯤으로 보였나 봐요.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더라고요. 처음 하다 보니 얼마나 허술한 게 많겠어요. 그러다 보니 조리원들이 이 메뉴는 별로인 거 같다, 식자재 양을 많이 시키면 안 된다, 적게 시켜주면 못 한다고 하는 등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할 거예요. 왜 엄마가 잔소리해도 반대로 하고 싶잖아요. 그럴 때면 조리원의 말은 싹 다 무시하고 내 주관대로 하고 싶어져요. 내 주관이 맞을 때도 있지만 오래 일하신 분들의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처음엔 마음이 안 맞는 조리원들과 싸우기도 했어요.하지만 어느 정도 주방일에 대해 알게 되고 조리원들과 밥정이 쌓이면서 영양사의 일이 편해지는 시기가 올 거예요. 조리원들은 부하 직원이 아니고 같이 가는 내 동료예요. 어떤 때는 친정엄마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시어머니 같기도 하고,어떤 때는 친구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보다 훨씬 오래 사신 분들이다 보니 지혜로운 조리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어려워 말고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아요. 솔직함만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건 없어요.

같은 여자이다 보니 저를 보면서 본인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본인의 딸을 떠올리기도 하시더라고요. 사회 초년생인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라도 더 도와주려고 하시는 조리원들도 있었고, 제가 임신했을 때 본인 딸이 임신한 것처럼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조리원들도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마음 써주는 조리원들도 만났고요.

영양사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속상해서 울 때 등을 두들려주며 손잡아줬던 분들, 저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때 본인들의 일처럼 기뻐해준 분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에요.

지금 혹시 조리원들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영양사님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조리원들의 마음을 많이 보듬어 주세요. 조리원들도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영양사 직업에 대해 중학교에 가서 강의했던 적이 있어요. 시작하기 전에 내 마음속에서 ‘누가 영양사가 되고 싶겠어.’ 제일 궁금한 게 급여일 텐데 쪽팔려서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중학생 친구들이 밥 먹으러 학교 온다고 하면서 영양사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더라고요. 내 직업에 대해 나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왜 돈을 벌고 살겠어요 다 '먹고' 살라고 하는 거 아니예요? 그 중요한 '먹는' 부분을 우리가 책임지고 있어요. 우린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어느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그러더라고요 오늘 연차 내고 싶었는데 특식 나온다고 해서 연차 안 썼다고요. 그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없어요.

가끔 어떤 사람들은 식당 일을 하찮은 일로 취급을 하더라고요. 많은 요리를 해낸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식당 아줌마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이 절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조리원들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일을 하는 건지 알려주고 싶어요.

1~2년 해보고 못 해 먹겠다 하지 말고 조금만 더 참아봐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조리원들이 있긴 하지만 총책임을 내가 짊어져야 하므로 가끔은 외롭기도 할 거예요. 잘하면 모든 공을 조리원들에게 돌려야 하고 못 하면 그 책임은 내가 져야 하므로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번 주에는 무슨 메뉴가 나오나 궁금해하며 식단표 사진을 찍어가고,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거 나온다고 하면서 그날만 기다리는 직원들을 보면 그게 영양사 하는 큰 기쁨이더라고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우리부터 직업의 자부심을 느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정진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7.시큼 톡 쏘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