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큼 톡 쏘는 맛

#영양사 #성장일기

by 송 미정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니. 마음의 병이 왔다. 잠도 안 오고 밥도 먹기 싫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했었고 국선 변호사도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그냥 서로 화해 하면 될 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제일 의지하던 남편은 하필 그 시기에 집에도 들어올 수 없이 회사 일이 바빴었다. 남편은 내 상황에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고, 어린 딸은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였다. 그렇다고 친정 엄마에게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일일이 다 설명하기가 귀찮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입맛이 없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알았다.

간신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아이가 올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잠만 잤다, 슬픔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내 슬픔을 알아달라고 온몸으로 티 내고 있었다.

나는 매일 울며 기도했다. 망해라. 아니, 정부 아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자식을 앞에 우는 것처럼 큰 형벌은 없을 테니깐.

그렇게 나 자신을 갉아먹는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교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용서하세요“

용서.이 단어를 보는 순간 그날 밤, 저주를 퍼붓는 기도를 멈추게 되었다. 누구의 위로도 와 닿지 않는 순간 ‘용서’라는 단어가 나의 마음을 달라지게 해줬다.


전 회사에 너무 크게 마음에 상처를 입어, 구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P 회장님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G 상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

”여보세요.“

”송미정 영양사님 전화 맞네. 잘 지냈어요? 요즘에 뭐 하고 지내? 일해요?“

”아니요, 아이 키우며 쉬고 있어요.“

”아 그래, 그러면 내가 일하자고 하면 일할 수 있어요?“

”갑자기요? 전 좀 쉬려고요.“

”아니 우리 전화로 그러지 말고 지금 어디 살아요?우리 모레 만나요. 내가 근처 커피숍에 가서 전화할게,"

그렇게 G 상무를 만났다. 예전엔 좀 날카로운 인상이였는데 10년 넘게 지난 후에 만난 G 상무는 한 회사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왜 쉬고 있냐는 질문에 P 회장과의 악연, 정부의 악행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렇게 당한 영양사들이 많았다면서 내 말에 맞장구도 쳐주고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냐면서 내 손도 잡아주었다.

G 상무, 이제는 G대표인 그는 그 후로도 몇 번 더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만날 적마다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를 믿고 다시 영양사로 근무하기로 했다.

G 대표는 이 회사에서도 공동관리를 제안했다.그래서 영통에 있는 C 회사를 인수인계를 받게 되었다. 그만두는 영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만두었다.

그런 영양사를 보면서 아, 죽었다. 개 빡세겠구나.라고 직감했다.

첫날부터 본인들의 사무실로 불러서 잔소리했다. 잔소리의 내용을 요약하면 지금 맛없으니 신경 써서 맛있는 음식 많이 해달라는 것이었다. 메뉴를 작성하면 메일로 보내달라는 말도 했다.

메뉴를 메일로 보내면,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전화가 왔다.

”1시까지 본관동으로 오세요.“

1시면 나는 밥 언제 먹냐. 속으로 욕하면서 1층 본관동으로 갔다. 그러면 내 보낸 메뉴에 빨간색 펜으로 줄이 쫙쫙 그어져 있다.

”메뉴가 이게 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언제나 반말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한번은 1시까지 본관동으로 오라는 전화에 화가 나 말했다.

”부장님, 그런데 왜 자꾸 저한테 반말하시는 거예요? 저는 부장님 직원도 아닌데 기분 안 좋습니다.”

그 부장 때문에 정신병이 올 거 같아 본사에 이야기하였더니 G대표는 일주일 휴가를 주었다.

휴가 다녀오고 배식 과정을 보고 있었는데 부장이 또 말을 걸었다.

”휴가 잘 갔다왔어? 대표한테 나 땜에 회사 못 다니겠다고 그랬다면서? “

휴가로 재충전한 마음이 다 사라지면서 국을 퍼주는 내 손이 덜덜 떨렸다.

”부장님 2시에 본관동으로 갈게요 저랑 이야기 좀 해요.”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부장님과 마주 앉았다.

“아까 배식 중에 무례하셨어요.”

"에이 왜 그래 장난이야.“

”장난이라고요? 받는 사람이 장난이라고 느끼지 않으면 폭력이라고요. “

그 뒤로, 시도 때도 없이 부르진 않지만, 여전히 반말을 했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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