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어떤 여성분이 영상통화를 하며 건너는 걸 봤다.
'할어버지? 할아버지 어디에요?'
첫 인사가 "어디"라니!
문득 나도 할아버지와 통화했던 때가 떠올랐다
명절, 생신 같은 특별날 전화 드리면
할아버지는 전화요금 아깝다고 얼른 끊으라고 하셨다.
그 짧은 통화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할아버지 어디에요?'
할아버지는 거의 집에만 계셨는데
뭐라고 말문을 터야 할지 몰라서 묻는
밥 먹었니 같은 질문이다.
낯선 이들과 친해져야 하는 자리에서 우린
'어디'에 관해 묻는다.
고향이 어디인지, 어느 학교 나왔는지
지금은 어디 살고,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그 장소에 나와 겹칠만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어디를 묻는 것이지
결코 취조하려고 묻는게 아니다.
별거 아닌 정보지만 굉장히 중요한 정보가
바로 어디인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꽃이 길가에 피면 잡초고
화분에 심기면 화초가 된다고.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난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X축에서 인생 중반인지, 마지막이 가까운지 알 수 없고
Y축에서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디. 목적지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누구와 함께 행복하게 천천히 걸어가는게 중요할테니
오늘도 그 어디쯤에서 에너지를 짜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