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동생이 둘째를 낳아 첫째를 내가 돌봐주고 있다.
친동생과 나는 56개월 차이.
친동생의 첫째와 둘째도 56개월 차이.
이런 우연이 있나.
다 큰 것 같아도 아직 아기 같은 조카를 보며
불현듯,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던 그 감정이 떠올랐다.
내 동생은 2월에 태어났다.
난 할머니 손에 이끌려 할머니집으로 가야 했다.
나도 엄마랑 있을 수 있는데,
엄마 옆에 얌전히 있을 수 있는데,
나도 동생이 보고 싶은데,
아무리 친한 할머니지만
꼭 잡은 손이 야속했고 할머니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터미널에서 집까지 가는 길,
어른 걸음으로 한 30분 되려나?
그 먼 길을 찬바람 맞으며 가는 내내
내 마음은 얼음장 보다 더 차가웠다.
그 장면은 살면서 꺼낼 이유가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나오질 않는데,
아빠 보고 싶다고 우는 조카에게서
그때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던 기억이 소환됐다.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둘째가 태어남과 동시에 개밥에 도토리가 되는 첫째는 이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그 마음은 첫째만이 알테니,
모든 첫째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 한 가지.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니
그만큼 넓은 그릇이 되었으면
나 스스로에게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