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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연인 Nov 14. 2022

사랑받고 있다는 거

아이들과 동대문 완구거리에서 실컷 쇼핑을 하고

배가 고파 골목 어딘가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백반은 6천원, 제육볶음은 8천원.

제육볶음을 주문했더니 

오늘 백반에 제육이 들어간다며 백반으로 2개 주문하라고 하신다.

아이까지 모두 4명이었지만

아이들이 먹으면 뭐 얼마나 먹냐며 2개 값만 받겠다시는 걸

그럼 3인분을 주문 하겠다고 했다.


영수증 리뷰에도 올라올 것 같지 않은 식당.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찾는 식당이라

초등학생 손님은 오랜만이시리라.


주인 할머니는 정성껏 요리하셨고

4인분 같은 3인분의 제육을 주셨다.

아이들 먹을 반찬을 걱정하시며 도시락 김도 따로 주셨다.

먹고 나오는데, 잠깐만! 부르시더니 야쿠르트도 챙겨주셨다. 


그냥 인정 많은 할머니신가보다.. 하겠지만

난 그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아이들을 예뻐해 서비스를 주시고,

굳이 야쿠르트까지 4개 주신 게

아이들을 잘 낳았다는 응원처럼 느껴졌다.


어른 반찬이라 미역국, 콩나물, 김, 밥만 먹었지만

아이들은 너무 맛있었다고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본인들도 예쁨 받은 걸 알기 때문이리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린 계산기를 두드린다.

대학 등록금을 대준다고 하는데,

대학 진학 안하는 청년도 있고

대학 진학을 위해 쓰는 사교육비가 더 어마어마하다.


월 얼마의 수당을 주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주소를 옮기고 다시 본거지로 옮기는 일도 한다.

하지만 부모는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낯선 이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덕에 아이들이 자라는 거고 

거리에서 놀다가 위험한 일 당하지 않을 거란 믿음 안에서 자라는 거고

공부가 아니어도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자란다.


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것이고,

실제론 출산지원금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래도 생명이 귀하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출산율을 높이는 하드웨어보다

이런 소프트웨어도 같이 고민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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