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다 녹았다

by 자 연인

부모님이 먹태가 맛있다며 먹태를 사오셨다.

황태보다 값이 저렴한데 황태맛도 나고

황태의 대안으로 괜찮다 싶었다.


그래서 찾아본 먹태.

먹태는 황태를 만들때 날씨가 포근해 밤에 얼지 못하고 거무스름하게 된 것을 말한다.

혹은 안개가 많고 햇볕이 적으면 먹태가 된다고 한다.

반대로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속까지 하얗게 마르면 백태가 되고

너무 딱딱하게 마르면 깡태가 된다.

명태는 덕장에 거는 즉시 얼어야만 양분과 맛이 빠져나가지 않아

훌륭한 품질의 황태가 된다니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린다.


이 얼었다 녹았다의 예술은 또 있다.

이 과정이 반복 되어야 부드러운 시래기가 되고

꾸덕꾸덕 기름진 과메기가 된다.


유럽에선 일부러 포도를 얼렸다 와인을 만드는 아이스와인도 있다고 하는데

수분은 빠지고 당분만 남아 달달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새로운 창조물이 탄생한다

마치 물이 예수님을 만나고 포도주로 변한 것과 같은 이치랄까?


사람 인생도 들여다보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것 같다.

사실 올해는 얼어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은데

또 생각해보면 녹은 시간도 있었다.


이렇게 저물어 가는 한해를 되돌아 보니

내년에 나는 뭐가 되어 있을지 예상도 된다.


이왕이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황태가 되길,

수분은 쏙 빠지고 당분만 남은 달달한 아이스와인이 되길..

이 고난의 시간들이 맛있게 익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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