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약이 있었다.
그 전날, 머리가 복잡한 문제가 터졌고
마음이 답답해 선약을 취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어서 모임에 나갔다.
마음이 무거워 내 입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묵묵히 들었다.
집에 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수다로 내 속마음을 토로한 것도 아닌데,
남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마음에 쌓이면서
내 고민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거다.
마치 냄새를 향수로 덮고,
이명을 음악으로 덮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잠시 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그 시간이
마음을 가볍게 한 것이다.
수다가 바로 이런거구나.
내 마음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거.
잠시 문제와 멀어짐으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힘을 얻을 수 있구나.
이래서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한가보다.
대문자 I 내향인에겐 관계가 어렵지만
이런 순기능을 가진 수다.
기회를 종종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