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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최금희 Jan 16. 2022

톨스토이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北女의 문학서재 3

안녕하세요. 오늘은 北女의 문학 서재 3탄입니다.


독자들은 아마 어릴 적 한 번쯤은 "바보 이완"이라는 동화를 읽어보셨겠죠. 저도 어릴 적 北에서 "바보 이완"을 읽었답니다. 여기서 독자들에게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에도 세계문학선집이 다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릴 적엔 "바보 이완"을 재미로 읽어서 작가가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중학생이 되고 16살쯤에 장편소설 "부활"을 읽고 나서 "바보 이완"의 저자가 바로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명의 아이러니는 "바보 이완"을 읽던 꼬마 소녀가 고향을 탈출하게 하였고, 남쪽나라에 와서 3년 만에 모스크바 유학을 가게 하였고,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게 하였습니다. 남쪽나라에서 공부를 한 10년 간의 시간들은 문학과 철학을 통한 삶의 성찰과 성장과정이었으며, 이는 곧 톨스토이와 그의 철학 세계를 사랑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1886년 단편작으로서 파홈이라는 남자가 땅에 대한 욕심으로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어느 날 파홈은 도시와 농민의 시골생활의 장점에 대해 논쟁하는 아내와 처형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비록 우리가 하는 일이 험하고 거칠긴 해도 한편으로는 안정적이죠. 우리는 누구한테도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어요. 도시 생활은 유혹이 만찮아요.

오늘은 그런대로 괜찮을지 몰라도 내일은 악마가 도박이나 술이나 여자로 형부를 유혹해서 모든 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어요. 그런 일이 도시에선 흔하지 않나요?” 파홈의 아내는 자기 남편에게 땅이 많아져도 악마가 데려가지 않을 거라 장담합니다.


그녀들의 대화를 엿듣으면서 파홈은 “딱 맞는 말이군. 우리 농부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인 대지를 경작하느라 바빠서 허튼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가진 땅이 좀 적다는 거지. 내게 땅만 많이 있으면 악마도 두렵지 않을 텐데!” 하고 중얼거립니다. 그런데 그의 말을 악마가 듣게 되지요. 악마는 파홈에게 땅을 많이 주어서 그를 시험에 들게 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땅을 소유하기 위하여 열심히 농사짓는 한편 파홈은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땅의 면적을 넓혀감으로써 마침내  지주가 되었습니다. 파홈은 지주가 된 후에도 더 많은 땅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자기 집에 잠깐 머문 행인에게서 멀리 바시키르 인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땅을 무한정 경작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파홈은 천 루블이라는 적은 돈으로 수많은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백 마일을 달려서 그곳을 찾아갑니다. 바르시키르인들은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파홈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지요.

그들은 파홈에게 내일 아침 해가 떠서부터 걸어서 삽으로 구간 표시하면서 해질 때까지 돌아오면 그 구간의 땅을 모두 주겠다고 합니다.


그날 밤, 파홈은 내일이면 드디어 많은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서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겨우 잠든 그는 꿈에서 악마의 발길 아래 죽어있는 자신을 보았죠. 다음날 아침 그는 자신의 체력을 자신하면서 열심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후가 되어 해가 내려가기 시작할 즈음부터는 마음이 급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마땅히 출발지로 되돌아가야 했으나 조금이라도 더 넓은 땅을 획득하려고 여전히 구간을 넓히는데만 몰두했지요.


결국 해가 떨어질 때 그는 체력이 방전되어 출발점에 거의 다달으다가 쓰러져서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인이 죽은 파홈의 시신을 땅에 묻으려고 묏자리를 팠습니다.

 

파홈에게 필요한 땅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딱 180 센티미터 정도뿐이었답니다.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1882-1941)는 자신의 딸에게 이 작품은 세계문학이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세상에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많은 작가들과 문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하여 농민이 땅을 위해 땀 흘리는 방법에 대하여 보여주었고, 파홈의 욕심적 행동을 통하여 존재론적인 주제, 즉 탐욕과 이성 사이의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파홈은 해가 정오가 지나면서 자신이 잘못한 것을 어느 정도 깨달았었죠.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에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인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력을 믿었고,  한편으로는 더 많은 땅을 얻고자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사실 프리랜서 강사인 제 경우에도 늘 현실적으로 자주 겪는 갈등입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적어도 지상파 3사 출연한 후에 저는 더 많은 강의료를 가져가고 이름을 날리기 위한 양적 강의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수입이 적지만 알차고 성취감 높은 질적 강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로뎅이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 작품으로 남긴 것 같네요. 하하...


"작은 것으로 만족하고 남에게 선을 행하라"

짧으면서도 강렬한 톨스토이의 메시지는 풍요로운 이 시대에 부족함보다는 자족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오늘도 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이 톨스토이의 <선>과 <사랑>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톨스토이가 자신의 가족에게 제시했던 계획의 일부를 올려봅니다.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살 것.

사마라 영지의 수입은 빈민들과 학교에 지출하고 납부한 자들의 지시와 감독에 따를 것.

니콜스코에 영지의 수입(땅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준 뒤)도 똑같이 처리할 것.

아내와 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수입, 약 2천~3천 루블을 남겨둘 것.                                                                          ...           

하인들은 필요한 만큼만 갖춰서 우리가 그들 없이도 살 수 있도록 다시 배우고 익힐 때까지만 유지할 것.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방 하나, 그리고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방 하나, 여유가 있으면 병약자들을 위한 별도의 방을 마련할 것.

공부와 일, 농업활동, 빵 제조, 병 치료, 아이들 학습보조

일요일은 빈민과 거지들을 위한 식사 준비와 독서, 대화.

기타 불필요한 것들, 피아노와 가구, 마차 등은 팔거나 나누어 줄 것.

모든 사람에 대해, 주지사에서 거지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관심을 가질 것.

목적은 오직 하나, 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다. 행복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에 있음을 명심할 것. (레프 톨스토이 전기 122~123)


[사진출처 얀덱스 : https://xn----7sbb5adknde1cb0dyd.xn--p1ai/%D1%82%D0%BE%D0%BB%D1%81%D1%82%D0%BE%D0%B9-%D0%BC%D0%BD%D0%BE%D0%B3%D0%BE-%D0%BB%D0%B8-%D1%87%D0%B5%D0%BB%D0%BE%D0%B2%D0%B5%D0%BA%D1%83-%D0%B7%D0%B5%D0%BC%D0%BB%D0%B8-%D0%BD%D1%83%D0%B6%D0%BD%D0%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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