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방과 후 강사로 1년 반 동안 두 개 학급을 맡은 나에게는 나름대로 확실한 목표가 있다.
한국에 온 이듬해 서른 다섯 만학도로 학부과정을 시작하여 박사과정까지 지난 15년 동안 내가 만난 많은 '타자'들 중에는 글을 읽거나 전달할 때, 질문이나 답변하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띠동갑보다 어린 동기들이 리포트 발표나 성당 미사에서 교우분들의 해설을 들을 때, 과외학생이 교재를 읽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나 지어 일부 성인들도 문해력이나 전달력이 부족함을 발견할 때가 많다.
무슨 이유일까? 처음에는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지만 오랫동안 개인과외를 하면서, 초중고 특강이나 대학교 특강을 다니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한글과 바른 글쓰기(적당한 글씨체, 글자크기)를 배우는 과정이라면 고학년 과정부터는 독해력과 어휘력 키우기가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부터 생각하기, 즉 스스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독해력과 어휘력을 키우면서 생각하는 훈련이 어릴 때부터 잘 안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과외한 과목들은 국어가 아닌 중국어와 러시아어였지만 국어에 약한 사람은 절대로 외국어를 잘할 수 없는 것은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매주 새로운 주제로 학생들 스스로 토론에 참여하기
나는 매주 새로운 주제를 수업에서 다룬다. 동화를 읽고 줄거리에 대해 토론하기, 환경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기, 반장선거 출마하기 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게 한다.
한 번은 학생들에게 "백설공주"동화의 스토리를 재 각색하게 했다.
옛날 옛적 어느 왕국에 어머니를 여읜 공주가 살았답니다.
공주의 아버지인 국왕은 이쁘고 마음씨 고약한 새 왕비를 맞이했어요. 자기보다 아름답게 커가는 공주를 시샘한 새 왕비는 궁에서 공주를 내쫓았어요.
...
깊은 산속에서 공주는 암에 걸린 채 이웃나라 왕자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행복도 잠시 공주는 다시 몹쓸 열병에 걸려 자리에 누웠답니다. 이때 숲 속의 일곱 난쟁이가 구해온 약초를 먹고 공주는 다시 살아났어요.
...
이날 백설공주는 짓궂은 학생들 때문에 몇 번이나 죽었다 살았다가 겨우 왕자와 재회하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학생들 한 명씩 1~3 문장씩 만들어서 모두가 참여하여 새로운 '백설공주'가 탄생하게 된다. 물론 우리 수업은 언제나 정해신 시간에 끝난다. 그래서 항상 시간 배분도 매우 중요하다.
스토리가 재탄생되고 나서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음, 재원이는 왜 공주가 암에 걸리게 했어?"
"왕자는 왜 공주를 살렸을까요?
"왜 일곱 난쟁이들은 공주를 도와주었을까요?
"공주는 궁으로 돌아가서 새엄마에게 어떤 벌을 주고 싶었을까요?
"소언이는 왜 새 왕비가 미웠어?"
이렇게 질문을 유도하면 평소 수업시간 입을 거의 떼지 않던 학생도 너무나 신이 나서 자신의 생각을 마구마구 표현한다. 나는 매주 다른 주제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어와 쓰기, 스피치를 적절한 비중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어휘 표현이나 외래어, 사자성어에 대해서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게 한다.
"선생님, 스피치 시간인데 왜 국어를 배워주는 건가요?"
"얘들아, 어휘를 많이 익혀야 일상에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거란다. 국어를 잘해야 말도 잘할 수 있지. 스피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 나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거지. 스피치로 친구와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나아가서 사회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거란다."
매주 아들이 내게 수줍게 건네주는 감동의 손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