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21.

by 어떤 생각



비 오는 밤

차들이 젖은 노들길을 가로질러 달린다

차의 소음은 대기 속으로 급히 스며들어

바퀴가 물을 가르는 파도소리로 귀에 와닿는다


쏴아 하는 것도 같고

촤르르 하는 것도 같은데


방에 누워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가 동해인가 아니면 남해인가?

바다는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바닷가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다


새벽까지 바다는 창문을 두드리고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가을이

끝없이 밀려왔다 쓸려가는 파도에 오래 젖으며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파도소리 210 mmX140 mm, Black Pen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