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20.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을 위하여
지난 봄, 작업실 창 밖에 한 그루 나무를 심었어야 했다.
멀리서 노란색 꾀꼬리가 찾아와 앉는 은행나무이거나
이 계절이 다할 때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이거나
비가 오면 비가 오면 한 잔의 낮술에 가슴 태우며
계수나무에 초콜릿 향이 나는 이유를 빗물에 물어볼 일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을 위하여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은 길을 하나쯤 남겨두었어야 했다.
바다로 말없이 트여 있는 길이거나
남겨둔 길을 위하여 비는 내리고 그 빗길을 따라 걸어온 세월을 따라
점점 색깔이 짙어갈 나뭇잎 하나 둘 세어 볼 일이다.
끝없이 다른 파도를 몰고 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냥 서 있어 볼 일이다.
바라보면 가고 싶고 가보면 떠나고 싶은 수평선 하나 저만치 두고
가슴 깊이 남겨 두었던 그 목소리를 찾아
오늘은 전화 한 번 걸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