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20.

by 어떤 생각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을 위하여

지난 봄, 작업실 창 밖에 한 그루 나무를 심었어야 했다.


멀리서 노란색 꾀꼬리가 찾아와 앉는 은행나무이거나

이 계절이 다할 때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이거나

비가 오면 비가 오면 한 잔의 낮술에 가슴 태우며

계수나무에 초콜릿 향이 나는 이유를 빗물에 물어볼 일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을 위하여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은 길을 하나쯤 남겨두었어야 했다.


바다로 말없이 트여 있는 길이거나

남겨둔 길을 위하여 비는 내리고 그 빗길을 따라 걸어온 세월을 따라

점점 색깔이 짙어갈 나뭇잎 하나 둘 세어 볼 일이다.

끝없이 다른 파도를 몰고 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냥 서 있어 볼 일이다.


바라보면 가고 싶고 가보면 떠나고 싶은 수평선 하나 저만치 두고

가슴 깊이 남겨 두었던 그 목소리를 찾아

오늘은 전화 한 번 걸어 볼 일이다.




그것_나무들 210mmX135mm, pencil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