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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
Sep 19. 2022
오늘은 참 많이 그리운 것이다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38.
충청북도 청주시
내가 국민학교 때 가을은 그곳의 무심천으로부터 왔다.
여름
내 달구어진 냇가에 서풍
이
불어오고
길다란
둑길의
코스모스 꽃들이
무어라
속삭이며
눈짓을
나누고
수면
위로
먼 뭉게구름이 가까이 다가와 길게 누우면
가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린 나는 물가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힐 때
햇살
에 찰랑이는 은빛 물살을 가르며 멀리 물수제비를 뜨는 것만으로도
호기심 많았던 나는 흥겨웠다.
이 물놀이에 지칠 때면 중앙공원으로 달려간다.
오백 년을 넘게 살았다는 커다란 은행나무 밑동에 누레지는 잔디 위로
아직은 파란색 잎이 서글프게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잔디 위를 뒹굴다 다시 행길로 나와 달고나 아저씨 사과 궤짝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설탕에 물을 붓고 소다를 조금 넣고 노란 색깔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이미 입안은 침으로 가득 해지는데
어쩌다 친구 놈이 몇 푼의 돈이 있어 뽑기 하나라도 사서
그 오겜의 기훈이 처럼 혀로 핥고 다시 바늘로 콕콕 찍어 흠을 내면
나는 곁에서 땀을 쥐고 바라보았다.
이 모든 어린 날의 추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린
내가 느꼈던 가을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이 이야기를 주저 없이 꺼낼 수 있다.
이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선선하고 좋은 날씨에
그냥 끌려 다닌 길이었기 때문이리라
.
자연의 변환에 그대로 엉켜 살아본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대로 나를
맡기며 살아갈 수 있었던 그 순응의 멋을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글 역시 마찬가지리라.
너무나 다듬어
세련미만
가득한 인공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그
자연스러움이
오늘은 참 많이 그리운 것이다.
가을 추억
210mmX135mm, pencil on Paper(Croquis Boo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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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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