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42.
우리가 사는 일은 나이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봄에 화사한 색채로 시작해
여름엔 짙푸른 갈매빛 그리고 가을은 조락의 낙엽색이
마지막 겨울에는 쓸쓸한 회색빛으로
이렇게 정리하면
인생도 거기에 맞춰 다양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나이는 무슨 색깔일까?
아마 가을이 지나고
커피색처럼 변하는 즈음의 짙은 채색이 빚어낸
원숙의 깊이에 도달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닐까?
시간은 모든 물상의 얼굴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는 자연의 섭리이기에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따라야 한다.
아름다움의 발현은 변화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화려한 모습을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순응의 원리와 같다.
가을녘, 쏟아지는 햇살에
덜 익은 나뭇잎을 내어준 풀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열매를 떨구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이는 삶의 오르막길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오늘보다 내일을 마련하려는 자세에서
아름다움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자기를 알고 자기를 준비하는 일은
깨달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아름다움도 그런 길을 따라 다가오는 비유와 같다.
이 갈바람이 스쳐간 후 이내 달라져갈
늦가을 풍경을 궁금해하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어린왕자 210mmX135mm, pencil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