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63.

by 어떤 생각



암자로 어어지는 길을 보고 있었다. 허리를 굽힌 채

북한산을 그리는데

숲이 온통 불타고 있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해


푸른 소나무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꽃 핀 자리를 떠난

슬픔이라는 끈을 쥔 낙엽들이

소리 없이

눈발처럼 흩날리며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소귀고개를 넘어 석굴암 오르는 길가에

사람 손에 줄기가 뚝, 꺽였는지

어깨를 떨어뜨리고 낮게 울고 있는

단풍나무를 만났다.


따지고 보면 나무들의 운명도

뜻밖의 손길에

전혀 뜻밖의 빗방울에도

뒤틀리거나 가지를 잃기도 하는 것이어서


몇번씩 무릎 꿇고

몇번씩 허무히 죽었다 살아도

오로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잎새를 떨구며

가벼워진 생의 닻을 거둬들인다.


고요한 아픔이 만추晩秋 한복판에 제 이름을 새기면서





晩秋 420mmX135mm Watercolor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