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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길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9

by 어떤 생각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8

날을 넉넉잡아 팔십으로 보면

오십까지가 오르막이고

그 후는 내리막일 거라 생각했는데

환갑을 넘고도 계속 오르니

고달픈 고갯길이다


오던 길 새삼 뒤돌아봐도

평탄하게 확대 포장된 길은 드물고

쉴 만한 그늘막도 넉넉지 않았으며

꽤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험난한 고행길이었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주제에

덜컥 쓰러지기까지 하면 어쩌나

딸아이 손주도 한번 안아보고

아들놈 장가도 보내야 할 텐데

가파른 비탈길이다


숨차게 뛰어갈 지름길보다

풍경도 둘러보며 느려도 여유롭게

한 발자국씩 찬찬히 걷고 싶은데

도무지 비단길은 보이지 않고

아, 막막한 인생길이다





길 앞에 서서, 2023, Mixed media, 320mmX38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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