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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Aug 30. 2023

슬프다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8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7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 게 인생이고

살아가면서 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혼자 먹는 밥은 슬프다


약속이 없거나 만사가 귀찮아 

식당 구석이 작업실에서

혼자 해결하는 한 끼는

날씨가 좋아도 슬프고 

날이 흐려도 슬프다


밥이란 일찍이

넉넉한 하늘햇살이었고

여름 들판 청정한 땀방울이었던

소중한 한 움큼 낟알,

이 나라 일용할 경제였다


날마다 가방메고

두세 번씩 전철을 갈아타 나도

국민소득 삼만 달러의

신성한 주권자이며

틀림없는 선진 국민일까


곳곳이 화려한 카페들과 노래방

단란한 주점의 벗은

어깨너머 밤이 깊을수록

요염한 네온은 빛나고

거룩하여라


도시 골짜기마다 

무수히 솟은

붉은색 십자가, 십자가

돈 많은 예수가

네온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일용할 양식이 익어가는

풍요로울 이 계절에

국민 일인당 짊어질

3천7백만 원씩의 외채를

축복할 것이라는데


혼자 먹는 밥이 슬프다

하늘이 점점 높아져서 슬프고

바람이 점점 차 슬프겠

혼자 먹는 라면보다는

행복하겠지만





일용할 양식, 2023, Mixed media, 320mmX38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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