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단상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74.
미술 같은 것을 해서 하늘을 속여 벌을 받는다..
종이 살 돈 조차 없는 가난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중섭이 자책하며 스스로 했던 말이다.
암울한 시대의 절정에서
거친 골판지처럼 굴곡진 인생을 살았지만
그림 만큼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사람.
훗날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천재 화가가
길에서 쓰러져 무연고자로 쓸쓸히 죽어갔던
서대문 적십자병원 앞을 지나간다.
광화문 사거리로 향하는 언덕에 이르러
빛 바랜 파스텔조의 머리 깍은 가로수 아래
겨울새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며 간다.
불현듯 요절한 한 사내가 그리워 지는데
모둠발로 벽 위의 생을 걸어서 떠나간
미완의 생애 속으로 저 새는 날아가고 있다.
겨울斷想 42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