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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Dec 29. 2022

저문다는 것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82.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것은


작은 도시 외곽 달동네 헐벗은 아이들 뛰노는 공터에 자리잡은 

동춘 서커스단의 한바탕 곡예판도 끝나 시시해질 무렵 거기 

늦가을 찬바람과 함께 펄럭이는 포장자락들,


또는 어느 외진 바닷가 질펀한 모래밭 위에서 여름 한철 신나던 

젊은 벌거숭이들의 뜨거운 광란도 끝나 시들해질 무렵 거기

저녁 한기와 함께 흩날리는 텐트자락들,


저무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으면

뭐 그렇고 그런,인생살이 끝판과도 같은 쓸쓸함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그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요즘의 나에게는 어느때 어디에서건 밀어닥친다.


내가 가진 것과 못 가진 것, 부러운 것들과 혐오스러운 것,

슬플 때나 즐거울 때 가리지 않고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조건도 없이 짙은 안개자락 밀려오듯 

그런 허전함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나도 이젠 늙어가는가.





끄트머리 42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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