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81.

by 어떤 생각



나 어릴 적

우리 외갓집 앞뜰에 비스듬히 서 있던

그 늙은 고욤나무

지금쯤 또 얼마나 늙었을까.


겨울방학을 하고

사박사박 내린 눈을 밟고

혹은 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찾아가면

가지마다 여태 매달린 감색깔 열매들이

어린 나를 맞아 주더니.


그때 거기 살던 외할머니,

무뚝한 아재 그리고 행랑채 식구들 몇몇

벌써 늙어 세상을 하직하고,

그 어리던 나 또한 이제 슬슬

늙어가는 이 마당,


사람이 늙으면

엊그제 일은 간간이 잊어도

몇십 년 전 기억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선친들 이르더니,


그 추운 겨울날

살짝 얼어 더 말랑한 젤리를 가지에 남기고

까치보다 먼저 나를 맞아주던

우리 외가 앞뜰의 그 늙은

고욤나무,

지금쯤 또 얼마나 더 늙었을까.


아, 그때 그 무렵은 뒷산에서 매운 바람 불고

들판에 눈이 쌓인 겨울날도

세상은 즐겁고 따습기만 하더니.






외갓집 고욤나무 42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