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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Nov 28. 2023

스터디 카페 창업을 고민하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스터디 카페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타 공인 스터디 카페 마니아입니다. 공부 욕심이 많아서 토익, 토플, HSK GMAT, CFA 등 다양한 시험을 준비했고 스터디 카페는 저에게 시험을 위한 전쟁터이자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2021년 1월, CFA 시험을 마치고 더 이상 시험을 위한 공부를 그만하자고 마음먹었음에도 시간이 나면 랜덤으로 스터디 카페를 다녔습니다. (그냥 책 읽으러 갔습니다...)


저는 더 이상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어 여유롭게 책을 봤지만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험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수능을, 대학생과 직장인은 자격증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과거 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생각났습니다. 저는 스터디 카페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시험공부할 때 외로우면서도 이게 맞는 길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을 많이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망상을 하면서 스터디 카페가 학생들의 멘탈을 잡아주고 멘토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대다수의 한국인은 시험을 위한 공부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자신만의 생각과 지식을 형성하는 공부는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만들기보다는 교재를 통째로 외우고 앵무새가 되어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정보를 기억하여 시험을 잘 보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익숙지 않습니다.


저는 2016년, 프랑스 상경계 그랑제콜 ESSEC에 입학했습니다. 한국식 교육에 익숙한 저는 시험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업에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어보다 더 큰 문제는 프랑스의 교육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나의 생각을 권하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문제에 맞는 단 하나의 답을 외우고 찾는데 최적화되었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2학기가 되자 의견을 묻는 교육 방식이 조금씩 적응되었으며 공부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이때 아마도 처음으로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실감되었습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를 논의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14년 동안 직장 생활(공공기관, 회계법인, 증권사)을 하면서 다수의 명문대 출신과 일을 했지만 모두가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신 대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은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의견으로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수업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토론식 수업을 하면서 교육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약 1년간 다양한 수업을 하면서 경제학, 재무학, 비즈니스 등의 주제로 토론식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2023년 5월, 스터디 카페에서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을 발견했고 스터디 카페를 주제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습니다. 


국내에 위치한 수천 개의 스터디 카페는 인테리어로 경쟁하고 있었으며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리형 스터디 카페는 사용자의 핸드폰을 압수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용자를 착석시켰으며 순찰을 하며 집중을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경고를 줬습니다. 마치 20년 전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야간 자율학습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창의력과 열린 지식이 중요한 시대에 이러한 교육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강한 소강공인 성장지원사업에 창작자로 지원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커리어 페어를 바탕으로 스터디 카페는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생각이 커질 수 있게 지원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커리어 페어를 추가한 이유는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2개월에 한 번씩 커리어 페어를 하여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고 저의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현직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사업계획서는 창작자로 합격은 했지만 아쉽게도 스터디 카페로 지원한 소상공인이 없어 매칭이 되진 않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knowledge_worker/223106288639

2023년 9월, 과도한 경쟁으로 다수의 스터디 카페가 폐업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스터디 카페의 핵심 역량은 결코 인테리어가 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는 단기적으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지만 스터디 카페의 핵심 역량은 아닙니다. 강력한 동기가 있고 명확한 비전이 있으면 최고급 의자와 책상이 아니라도 집중할 수 있고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자신만 이익을 보는 스터디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와 스터디 카페 사업의 구조를 지적하는 글을 쓰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knowledge_worker/223206033345

그리고, 약 2달 동안 스터디 카페 사업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저는 1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해서 사업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자녀가 아직 어려 사업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터디 카페 창업이 제 마음을 흔들어놓습니다.


포기해야 할까요?

두렵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해봐야 할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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