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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Dec 18. 2023

마약과의 전쟁

고담 시티가 되어 가는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를 안 가본 사람도 포레스트 검프에 나왔던 스콧 맥켄지의 '샌프란시스코' 노래는 익숙할 것이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가고 있다면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가고 있다면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그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For those who come t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사람들에게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

그곳 여름날은 사랑으로 가득 찰 거예요.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샌프란시코의 거리에는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머리에 꽃을 꽂은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야경


샌프란시스코는 '기술 기업',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였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 스탠퍼드 대학, 실로콘밸리 등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는 분명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샌프란시스코의 GDP는 유럽에 위치한 그리스 수준으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태평양 함대의 해군 기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급성장했다. 해군을 위한 탄약과 장비 공급을 위해 다양한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면서 도시로 성장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IT 혁명은 샌프란시스코를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 엔지니어, 과학자, 기업가가 실리콘 밸리에 정착하여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엔디비아 등 수많은 글로벌 기술기업을 탄생시켰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였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시위, 히피 운동, LGBTQ(각 알파벳은 레즈비언 Lesbian, 게이 Gay, 양성애자 Bisexual, 트랜스젠더 Transgender, 퀴어 Queer)의 권리 옹호 등 진보적 사회 운동의 메카였다. 


그러나, 꿈의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마약, 범죄율 증가, 기업 및 고급 인력의 이주 등으로 인해 빠르게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지금과 같이 쇠퇴한 이유를 알아보자.


[범죄에 대한 관용적인 정책 -> 마약 사용 및 범죄율 증가]

샌프란시스코의 마약 사용 및 범죄율이 증가한 원인은 범죄에 대한 관용적 정책이다. 2014년 통과된 ‘안전한 이웃과 학교법’은 중범죄의 기준이 되는 범죄 피해액을 500달러에서 950달러로 올렸다. 또한, 마약을 혼자 사용하는 경우 경범죄로 처벌했다. 이 법이 시행된 후인 2015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20년 당선된 (전)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검사장(District Attorney)인 Jessa Boudin은 범죄에 대해 보다 관용적인 정책을 집행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범죄(100만원 이하 절도와 마약 사용이 경범죄?)에 대한 관용적 정책을 집행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마약 사용과 범죄율이 더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950달러까지 훔쳐 가도 경범죄로 다루어져 석방시켰기 때문에 절도범은 처벌의 위험 없이 물건을 자유롭게(?) 훔치기 시작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거주민이 폭력 범죄나 재산 범죄를 경험할 확률은 6.5%다. 100명 중 6명이 사건 사고를 경험할 정도로 법과 질서가 엉망진창이다. 미국의 고급 슈퍼마켓인 홀푸드마켓은 2022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 신규 지점을 개장했으나 빈번한 절도와 강도로 정상적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하여 폐쇄를 결정했다. 


절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혼자 마약을 할 경우에는 경범죄로 분류되어 처벌받지 않고 풀려나게 된다. 마약 중독자가 감옥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을 활보하자 도시는 점차 고담 시티를 닮아갔다. 


샌프란시스코를 중독시킨 약물은 펜타닐이다. 1959년에 개발된 펜타닐은 수술 후 통증 완화를 위해 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100배 더 강력한 효과를 가졌다고 한다. 펜타닐은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다른 약물과 혼합되어 소비된다고 한다. 이 약물을 복용하면 위의 사진과 같이 좀비처럼 같은 자세로 멈춰있다고 한다. 현실과 영화의 고담시티가 구분이 안 된다. 2020년 미국 의회는 마약으로 인한 사회 비용을 1.5조 달러로 추정했다. 미국 GDP의 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 임대료 상승 -> 기업 및 전문가 이주 -> 공실률 증가 -> 유동 인구 감소 -> 리테일 폐쇄 -> 도시의 슬럼화]

마약 사용과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많은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믿을 구석이 있었다.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한 기술 기업이 있으며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되면서 기업은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재택근무는 기업의 오피스 수요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은 오피스 임차 공간을 줄였으며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은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22년 4월 이후 경기가 침체되어 기술 기업들은 대규모 인원 감원을 진행했다. 2023년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32% 수준이다. 


재택근무가 증가하자 직원들은 출퇴근하는 날이 줄게 되었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비싸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사람들은 싸고 쾌적한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고 도시의 슬럼화는 심화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능한 전문 인력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기업은 기업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 마약 중독자가 활보하는 거리, 위험한 치안, 높은 임대료 등 샌프란시스코는 기업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증가하는 마약 사용, 범죄율, 공실률은 마치 몰락한 도시인 디트로이트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의 몰락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연상하게 한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했다간 나중엔 지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만일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있다면 다른 유리창들도 곧 깨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 사회심리학자들과 경찰관들은 동의하곤 한다. 이런 경향은 잘사는 동네에서건 못사는 동네에서건 마찬가지이다. (중략) 한 장의 방치된 깨진 유리창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신호이며, 따라서 유리창을 더 깨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부담이 없다." 깨진 유리창, 제임스 윌슨 & 조지 켈링


샌프란시스코는 깨진 유리창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 마약 사용과 범죄가 올라갈 조짐이 있던 시점에 제대로 관리했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범죄라도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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