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확률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일을 잘못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습니다. 시작했다면 설사 잘못했더라도 잘못한 일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나 시작도 안 했다면 아무것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정보 없이 내린 빠른 의사결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잘 나타내는 광고가 여기 있습니다. 8년 전 연예인 두 분이 바닷가 근처에서 말싸움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A 씨: 추워요?
B 씨: 어 너무 (추워) 너 한 번 갔다 와봐.
A 씨: 안 돼.
B 씨: 넌 싫어?
A 씨: ...
B 씨: 남이 하는 건 괜찮고 보는 건 좋아?
A 씨: 아니, 아니.
B 씨: 지금 너 어디서 반말하니?
A 씨: 저 마음에 안 들죠?
두 연예인의 갈등이 고조되는 "지금 너 어디서 반말하니"와 "저 마음에 안 들죠"를 기가 막히게 패러디해서 엄청난 광고 효과가 거둔 "기발한 치킨" 광고가 있어요.
B 씨가 A 씨에게 던진 "어디서 반말이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발언을 "어디서 반 마리니? 언니 치킨 마음에 안 들죠?"로 패러디했어요.
광고 제작자는 화제가 된 사건을 보자마자 치킨 광고에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가서 영상을 찍고 간단한 편집을 거쳐 올렸어요. 최소의 제작 비용과 시간을 들였지만 그 당시 다른 어떤 치킨 광고보다 조회수나 영향력이 높았어요.
"기발한 치킨" 광고 제작은 많은 정보 없이 내린 빠른 의사 결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하지만, 빠른 의사 결정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지는 않아요.
정보없이 내린 섣부른 의사결정이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
충분한 정보 없이 내린 섣부른 의사 결정이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도 많습니다. 1999년 방영된 '광끼'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광끼는 '광고에 끼가 있는 아이들'의 줄인 말입니다. 광끼는 광고대회 대상을 위해 학교의 아웃사이더들을 끌어모아 광고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인 원빈, 최강희, 이동건, 배두나, 양동근이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고민하지 않고 '광고홍보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광고홍보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 없이 섣부른 의사결정을 하여 오랜 시간 많은 시행착오를 하기도 했어요. 정보 없이 내린 섣부른 의사결정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어요.
어느 시점에 결정을 내려야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경우에는 빠른 의사결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또 다른 경우에는 섣부른 의사결정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를 정확히 다 듣지 않고 버저를 너무 일찍 눌러 문제를 틀리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다고 버저를 너무 늦게 누르면 다른 사람이 정답을 맞히게 돼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 얼마큼의 정보를 축척한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요?
미국 수학자 존 빌링햄(John Billingham)의 논문 '개구리와의 키스: 짝짓기를 위한 수학자의 지침'은 '최적 중지 규칙'을 만들었어요. 빌링햄은 N명과 데이트할 때, 몇 번째 만남에서 데이트를 멈추고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확률 공식을 산출했어요. 공식에서 M은 몇 번째 만남에서 선택하는지를 나타내요.
빌링햄의 "최적 중지 규칙" 공식을 통해 N을 늘릴수록 최적의 확률 값 P(M, N)가 37%에 수렴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했어요. 수학적으로는 선택지 중 37%를 탐색한 후 기준을 세우고 그보다 나은 것을 선택할 때 최고의 결정을 내릴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확률 공식은 복잡하니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설명해 볼게요. 야외 대형 콘서트를 가면 수많은 간이 화장실이 있어요. 아래 그림과 같이 3개의 간이 화장실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3개의 화장실 중 1개는 깨끗하고, 1개는 보통이고, 나머지 1 개는 더러워요. 3개의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6개입니다.
1. 깨끗한 / 보통 / 더러운
2. 깨끗한 / 더러운 / 보통
3. 보통 / 깨끗한 / 더러운
4. 보통 / 더러운 / 깨끗한
5. 더러운 / 보통 / 깨끗한
6. 더러운 / 깨끗한 / 보통
어떻게 해야 깨끗한 화장실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아질까요?
'최적 중지 규칙' 또는 '37% 규칙"을 적용하면 최적의 선택을 할 확률이 가장 높아요. 3개의 선택지 중 37% 면 1개의 화장실을 보고 난 후 그보다 좋은 화장실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1. 깨끗한 / 보통 / 더러운 => 최선의 선택 실패
2. 깨끗한 / 더러운 / 보통 => 최선의 선택 실패
3. 보통 / 깨끗한 / 더러운 => 최선의 선택 성공
4. 보통 / 더러운 / 깨끗한 => 최선의 선택 성공
5. 더러운 / 보통 / 깨끗한 => 최선의 선택 실패
6. 더러운 / 깨끗한 / 보통 => 최선의 선택 성공
1개의 화장실을 보고 난 후 그보다 좋은 화장실을 선택하는 전략은 총 6개의 시나리오 중 3개의 시나리오에서 최선의 선택 성공을 달성했어요. 확률로 보면 50%(3/6)입니다.
무조건 처음 화장실을 선택하거나 두 번째 화장실을 본 후 마지막 화장실을 선택할 경우, 최선의 선택 확률은 33%로 떨어져요.
3개의 화장실이 아닌 100개의 화장실이 있다면 몇 번째 화장실까지 탐색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37개의 화장실을 탐색한 후 그보다 상태가 좋은 화장실이 있으면 선택하면 됩니다.
50개의 화장실이 있다면 19개의 화장실을 탐색한 후 그보다 상태가 좋은 화장실이 있으면 선택하면 되겠죠?
37%의 규칙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아요. X축은 탐색 군의 비율이고, Y 축은 최고의 선택을 할 확률이에요. 37% 탐색을 할 때 수학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37% 규칙을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전체 탐색 군 중 37%를 탐색한 후 결정을 내리라는 '37% 법칙'은 직업 선택, 배우자 선택, 투자 기회, 아파트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요.
직업을 선택할 때 10개의 직업군에 관심이 있다면 4개의 직업군을 탐색하고 그보다 좋은 직업이 있으면 그 직업을 선택할 때 확률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100명이 지원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37명까지는 면접을 보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정한 후 그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 가운데 그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낙점할 때 최고의 선택을 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에요.
심지어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10번의 소개팅을 한다고 가정하고 1명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을까요?
4번의 소개팅을 탐색한 후, 최고의 상대를 기준으로 세운 후 그보다 더 좋은 상대가 나올 때 선택하면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할 확률을 최적화할 수 있어요.
37% 규칙은 항상 최고의 선택을 보장하나요?
전체 대안 중 37%를 탐색한 후 그보다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37% 규칙은 항상 최선의 선택을 보장하지 않아요. 다만, 최선의 선택을 할 확률을 높여 준다는 것이죠. 저는 중학년 2학년 때 만난 중학교 동창과 만나 결혼까지 했어요. 37% 규칙과 매우 거리가 먼 배우자 선택을 했었죠.
더 많은 사람을 만나 탐색한 후 결정했어야 수학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할 확률을 높일 수 있었겠지만, 37% 규칙을 따랐다면 지금의 배우자를 보냈어야 했겠죠? (참고로 저는 배우자 선택에서 만큼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선의 선택이 처음 만난 사람, 처음 택한 직업, 처음 본 아파트일 수 있기 때문에 마음 속에서 확신이 든다면 다른 대안과 비교 없이 선택해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 다만, 37% 규칙을 따르면 확률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