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패니 메이(Fannie Mae)의 몰락
부동산 일을 오랫동안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던 패니 메이(Fannie Mae)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패니 메이(Fannie Mae)를 알아야 합니다.
패니 메이의 미션
패니 메이는 저소득 가구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주택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반적으로 1차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주체는 은행입니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은행에 주택 담보대출을 요청하고, 은행의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합니다. 문제는,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은행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30년 고정금리 대출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 번 대출이 이루어지면 은행은 30년 후에나 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누군가 매입하여 은행에 현금을 공급하면 은행은 더 많은 주택 담보대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패니 메이입니다. 2차 담보주택시장에서 은행으로부터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은행에 현금을 공급함으로써 은행의 유동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패니 메이의 공식적인 이름은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줄여서 FNMA입니다. 이 기관의 기원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있으며, 1938년 대공황 동안 주택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공공의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1968년에는 패니 메이가 중대한 변화를 겪으며 정부 기관에서 정부 후원 기업(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 GSE)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전환은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패니 메이를 더 시장 지향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패니 메이는 지니 메이(Government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GNMA)와 분할되었으며, 지니 메이는 여전히 정부 기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재편을 통해 패니 메이는 주식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식회사로서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패니 메이가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패니 메이는 2002년에도 큰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A home of your own" 정책을 통해 안정된 미국을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주택 소유를 장려하고, 패니 메이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본을 낮게 조달할 수 있는 패니 메이는 은행들이 소유한 수백억 달러의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구입함으로써 금융 기관의 현금흐름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자금이 주택 담보대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게 장려했습니다.
자가점유를 희망하는 가구들이 주택 담보대출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자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패니 메이라는 회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패니 메이 덕분에 미국 주택 소유자들은 30년 고정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패니 메이가 부담합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택 보유자들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습니다. 이로 인해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주택 구입자가 직접 부담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30년 고정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나라는 단 두 국가뿐이며, 그중 하나는 미국입니다.
이러한 체계 덕분에 패니 메이는 미국의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자가 점유율과 대출이 있는 자가 비율을 나타내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미국의 자가점유율은 62%로 한국의 59%보다 높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 중 대출을 받은 비율이 40%에 달하며, 이는 OECD 37개국 평균과 한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패니 메이의 사업 구조
패니 메이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주택 금융의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 구입자를 위해 주택 담보대출 상품(보금자리론)을 직접 제공하는 주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주택 담보대출을 직접 매입하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PF 대출, 전세자금 대출,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해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원금을 보장하는 대출 보증 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증 수수료를 받습니다.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는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패니 메이와 주택금융공사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1. 패니 메이는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2. 패니 메이는 1차 담보주택시장에서 대출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3. 패니 메이는 공격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패니 메이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운영합니다. 첫 번째는 은행으로부터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여 이를 투자은행에게 매각하는 동시에, 채무 이행을 보증하고 이를 저당권 담보부 증권(MBS) 형태로 보증료를 받는 비교적 보수적인 방법입니다. 패니 메이로부터 MBS를 매입한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를 다시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붙여 판매합니다.
두 번째 사업은 첫 번째 방법보다 훨씬 공격적인 이익 추구 방법입니다. 패니 메이는 정부의 보증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자본을 활용하여 더 큰 이익을 창출합니다. 패니 메이는 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패니 메이의 낮은 자본 비용과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채권 간의 금리 차이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패니 메이의 조달 금리가 3%이고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채권 금리가 5%인 경우, 대출 채권 원금에서 2%의 이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패니 메이가 은행에서 더 많은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할수록, 그 이익은 증가합니다. 이는 정부의 보증 덕분에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패니 메이는 땅을 짚고 헤엄치는 듯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의회의 법령이 패니 메이에 제공하는 이점에는 주와 지역 세금의 면제, 은행보다 덜 엄격한 자본 요건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채무 이행 보증으로 인해 자본 비용이 매우 낮아집니다.
패니 메이의 채권은 AAA 등급 채권보다 더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데, 이는 정부의 암묵적 지원 덕분입니다. 그러나 패니 메이의 사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 운영이 더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관련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패니 메이가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정부의 보증과 혜택을 받기 때문이며, 이는 주택 공급 증가라는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니 메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
정부 보증을 받는 패니 메이가 과도한 이익 추구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주택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자인 대형 은행들은 패니 메이가 받는 정부의 특혜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비영리기구들은 패니 메이가 그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금전적 이득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03년 말,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 Wayne Passmore는 정부 보증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증금이 1,64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특히 패니 메이에 대해, 그 보조금이 주택 소유나 건설의 증가에 기여하지 않고 주택 담보대출 비용을 낮추는 데도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특혜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힘입어, 2004년 상원은행위원회는 패니 메이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의회는 패니 메이의 강력한 로비 활동으로 인해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패니 메이는 대중을 오도하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화했으며, 이 광고들은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금리가 상승할 것처럼 주장하며 대중을 현혹했습니다.
패니 메이의 욕구는 계속해서 폭주했으며, 1995년 이후 보유하고 있는 주택 채권은 연평균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두 자릿수의 이익 성장률과 평균 25%의 주식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어졌습니다. 패니 메이의 공격적인 사업 운영은 더 큰 리스크와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패니 메이의 공격적인 사업 운영
미국 주택시장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대폭 인하함에 따라 저렴한 대출이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주택 시장에 진입했고,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산이 부족해 대출 자격이 미달인 차용자들에게 발급되며, 높은 이자율과 불리한 조건으로 인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발행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는 동안에도 대출 활동은 계속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 동안 베어 스턴스와 리만 브라더스 같은 투자은행들은 더 큰 수익을 위해 더 위험한 서브프라임 주택 담보대출을 매입하여 투자자들에게 판매했습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본 패니 메이도 서브 프라임 시장에 급히 진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패니 메이는 차주의 수입 확인 없이 자산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불행히도, 패니 메이는 투자 타이밍을 잘못 맞춰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진입했으며, 2007년 중반부터 주택 가격의 급락과 함께 저소득 주택 소유자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이는 곧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패니 메이가 보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손실이 쌓이기 시작했고, 2007년 10월에는 주가가 63달러에서 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습니다. 현재 패니 메이의 주식은 여전히 동전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패니 메이의 주가는 2008년에 99%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 기업은 원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되어 주택 소유율을 확대하고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혜택을 받으며 초심을 잃고 이익 추구에 더욱 집중하면서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켰고, 이는 2008년 금융 시장의 붕괴를 부추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주택 소유자들의 채무 불이행이 계속됨에 따라 주택 담보대출을 뒷받침하는 증권인 MBS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패니 메이는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습니다.
대마불사, 패니 메이
패니 메이의 몰락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2008년 9월에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재무부 장관 행크 폴슨은 패니 메이의 지휘권을 장악하고 20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를 통해 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FHFA)가 패니 메이의 관리를 맡게 되었으며, 정부는 10억 달러의 우선주를 매입하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추가로 20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패니 메이는 원래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이익 중심 전략을 추구하면서 극적인 폭락을 경험했습니다. 이 회사의 공격적인 사업 운영이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시켰으며, 이 사건은 주택 소유 촉진과 시장 안정, 이익 추구 간의 미묘한 균형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