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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습니다.

by 지식노동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11월 24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화물기사들에게 있어 최저임금제)의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 일몰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입법이나 제정 당시와 상황이 달려져 법률이나 규제가 필요 없게 된 이후에도 한 번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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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의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입니다.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3년 동안 시행되도록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가까워지자 화물연대는 지역 총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를 포함해 부산 신항, 전남 광양항, 충남 현대제철 등의 출입구를 막았습니다. 정부는 2022년 11월 15일 1차 교섭, 11월 30일 2차 교섭을 했지만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화물연대와 정부는 어떤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사항]

안전운임제 영구화

안전운임제의 적용 차종과 품목을 확대

기존 컨테이너 시멘트 외에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

화주 책임 문구를 삭제한 안전운임제 개정안 폐기


[정부의 입장]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음


협의가 안되면 누가 피해를 보나요?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물류 대란을 일으키면 국내 경제에 미친 피해액이 3조 원이 넘는다고 추정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이 각각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고, 정유 업종의 피해액은 5,000억 원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유조차 기사들도 동참하면서 주유소에 기름 수송 차량이 오지 않았고 전국 여러 주유소에 휘발유가 품절되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시멘트 업계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습니다. 곧이어 국교교통부는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상승한 금융비와 건설 비용으로 위태로운 부동산 개발사업 현장이 많기 때문에 시멘트 분야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했다고 판단됩니다.

* 업무개시명령이란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을 말합니다.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곧이어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이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관찰 및 평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2022년 12월 9일 화물연대는 총파업 중단을 가결했습니다. 화물연대 노조원 일부가 파업 중 운행에 참여한 비노조원에게 집단폭행을 하는 사건이 보도되면서 화물연대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빨간 띠와 고성으로 대변되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우리의 인생을 일정 부분 책임져 준 시기가 있었습니다. 20대에 입사하여 55세 정년까지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나오기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습니다.

화물연대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증권사의 영업 부서는 대부분 계약직입니다. 2022년 말 경기가 침체되자 상당수의 증권사는 인력의 30%를 감축했습니다. 계약직은 위로금, 명예퇴직수당 같은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퇴사 3일 전에 통보받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울산 영남알프스 인근에는 수많은 온천과 호텔(모델)이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영남 알프스 인근 온천과 호텔의 소유자는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달에 제가 영남 알프스를 방문했을 때 80% 이상의 온천과 호텔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것 같은 건물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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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유명 테마파크인 통도 환타지아는 2년 전부터 휴장하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영남권에서 가장 잘 나가는 테마파크 중 하나였습니다. 관람차, 바이킹, 범퍼카,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는 모두 멈춰 서 있었고, 텅 빈 워터파크와 콘도는 황량함까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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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요구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개인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됩니다.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강력한 이유는 도태되는 기업과 개인을 망하게 놔두기 때문입니다. 잔인하지만, 망하고 재기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함께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발생하고 생산성이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합니다.


윤대통령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개혁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대기업과 중소, 하청 기업 등 이질적인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혁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업종,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해석됩니다. 즉,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낮추고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석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반드시 높여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방향일지라도 반드시 이번 정권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상승시키는 것입니다.


하르츠 개혁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입니다. 회사에서 잘리게 되면 다른 직업을 쉽게 구할 수 있었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입니다. 다른 하나의 노동시장의 안정성입니다.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쉽게 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녀야 합니다.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노동 정책 및 개혁의 핵심입니다.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높은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은
Trade-off(상반) 관계입니다.

유연성과 안정성을 다 높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2개 지표는 Trade-off 관계에 있습니다. 하나를 올리면 다른 하나는 내려갈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독일은 2002~2005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광범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하르츠 개혁의 목적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가

나쁜 일자리라도 실업보다는 낫다, 미니잡 활성화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는 기간의 제한 규제 삭제

해고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 범위를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 사업장으로 넓힘

실업급여 개편

개혁 이전 독일 실업자는 3단계의 풍족한 급여를 받을 수 있었음

개혁 후 실업급여 혜택을 줄여 실업자를 노동시장으로 밀어냄


하르츠 개혁은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조금 낮추더라도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개혁 당시인 2005년 500만 명이었던 독일의 실업자 수는 현재 250만 명 수준입니다. 실업률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고용 인구 자체가 고령자와 여성 중심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견인차'가 된 것은 하르츠 개혁 덕분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르츠 개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미니잡 종사자 수는 2003년에서 2019년 사이 43% 증가했으며 2001년 34만 1000명이던 파견 노동자 수도 2017년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비정형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며, 오히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졌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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