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메이도프와 발리언트의 공통점, 그리고 미끄러운 경사면 이론!!!
2008년 전까지 아래와 같은 업적으로 금융산업에서 존경받는 금융인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스닥 증권거래소의 위원장
자신의 투자 회사를 설립하여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 헤지펀드 운영
미국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유대인
유대계 대학 이사장
자선 단체에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업가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난 후, 아래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유명해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증권 사기, 투자 고문 사기, 우편 사기, 전신 사기, 돈세탁, 위증 및 기타 자신의 폰지 사기와 관련된 범죄로 유죄 판결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수천 명의 투자자들을 폰지 사기로 속였으며 총 피해액 650억 달러에 달함
미국에서 금융 범죄에 대해 내려진 가장 긴 형량으로 연방 교도소에서 150년형을 선고받음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금융 범죄자 중 한 명으로 간주됨
놀랍게도 위에 설명한 업적과 사건으로 유명한 사람은 동일인입니다. 역사상 가장 큰 폰지 사기를 친 버나드 메이도프입니다.
메이도프는 주식 브로커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주식 투자를 했으나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메이도프가 받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장인어른에게 손을 벌렸고 장인어른이 도와줘서 투자자에게 손실이 아닌 수익이 났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돈이 많은 투자자들을 찾아 나섰고 자신에게 투자를 하면 매년 10%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수많은 투자자를 모집하였습니다.
메이도프는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딴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을 설립했습니다. 메이도프가 운영하는 사모 헤지펀드는 매년 10~12%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약속했고 약 20년 동안 손실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25년 이상 메이도프의 펀드는 하락이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월스트리트에서 메이도프는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누구나 메이도프에게 투자하고 싶어 했고 메이도프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투자금을 돌려주고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메이도프는 투자금을 받았음에도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투자자들에게서 신규 투자금을 받고 원금의 10%만 돌려줬습니다. 투자자에게 그동안 보낸 주식거래내역서 및 수익률은 모두 위조였으며 거짓이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투자자가 동시에 원금 상환을 요구하자 메이도프는 압박을 받고 경찰에 자수합니다.
역사상 세계 최대의 폰지 사기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메이도프만큼은 아니지만 등락이 큰 회사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1997년에 IPO를 진행한 Valean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현재는 Bausch Health Companies)이라는 제약회사입니다.
발리언트의 지난 20년 동안의 주가를 살펴보면 등락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7년 기업공개(IPO) 이후 몇 년 동안 주가는 주당 5달러 미만을 유지
2010년 Valeant는 Biovail Corporation을 인수하여 주가를 높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Valant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여 2015년 8월 주당 약 262달러를 정점을 찍음
2015년 말 Valeant의 주가는 회사의 비즈니스 관행과 회계 방식에 대한 조사가 증가함에 따라 급하락
2016년 Valeant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여 연말까지 주당 30달러 아래로 하락
그 이후 Valeant는 이름을 Bausch Health Company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Valeant의 등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0년~20016년까지 CEO를 한 J. Michael Pearson을 이해해야 합니다.
피어슨은 2010년 Biovail을 인수합병하여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피어슨은 아래와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쓰레기) 전략을 실행합니다. 농부가 젖소로부터 우유를 짜내듯이 발리언트는 고객으로부터 이익을 짜내려고 했습니다.
제약 회사 인수합병
인수 합병 후 제약 가격 인상
R&D 금액 삭감 (매출의 약 3% 수준까지 낮춤)
Valeant가 가격을 올린 약들 중에는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인 Isuprel과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인 Nitropress가 있습니다. 이 두 약품 모두 Valeant에 인수된 후 상당한 가격 상승을 보였습니다. 그 회사는 또한 시프라인이라고 불리는 윌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의 가격을 약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후 병당 652달러에서 21,000달러 이상으로 인상했습니다.
Valeant의 CEO인 피어슨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나게끔 치장을 훌륭하게 했습니다. 회사의 매출은 가격 * 판매량으로 구성됩니다. Valeants는 매출에 있어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인질로 삼아 가격을 미친 듯이 올려서 매출을 극대화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신약 특허를 가지고 있어 독점적인 상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습니다. 인수합병 후에는 R&D 인력을 최소화하고 R&D 투자를 대규모 삭감했습니다. 그리고, 독점적인 약의 가격을 매년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단기적으로 최대화했습니다. 시장은 Valeant의 치장에 반응하며 2015년 주가는 262달러까지 상승합니다.
그러나, 2015년 힐러리 클린턴은 Valeant의 (쓰레기) 전략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공론화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 매체가 Valeant에 관심을 갖게 되자 악재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2015년 10월, Short seller인 앤드루 레프트는 Valeant가 회계 사기에 관여하고 있으며 의약품 판매를 부풀리기 위해 전문 약국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투자자들과 규제 기관들의 회의와 조사의 물결을 촉발시켰습니다.
2015년 11월, 미국 의회는 전문 약국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Valeant의 약물 가격 책정 관행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Valeant의 회계 관행, 특히 지금은 없어진 필리도르라는 전문 약국의 사용과 관련하여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사건들은 Valeant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데 기여했고, 회사의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Valent는 결국 상당한 법적 및 규제적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 이론은 어떤 원칙이 무너지면 연관된 다른 원칙들이 순차적으로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의미로 우리나라 속담에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소한 비윤리적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버나드 메이도프와 발리언트 사례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미끄러운 경사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금융 분야에서 터진 수많은 사건들(2000년 엔론 & 월드컴 스캔들,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23년 크레디트 스위스 파산 등)도 '미끄러운 경사면'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처음부터 폰지 사기 칠 생각으로 투자 조합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투자 조합을 만들어 정상적으로 투자를 했으나 실력과 경험 부족으로 투자금을 모두 잃었습니다. 이때 장인어른에게 손을 벌려 투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면서 투자이익을 거두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소한 비윤리적 행위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미끄러운 경사면으로 몰았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투자자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2008년 메이도프의 거짓말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는 15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단란했던 가족들은 그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큰 아들이었던 마크 메이도프는 아버지가 감옥에 간 지 2주년이 되는 날 그의 방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2014년 둘째 아들이었던 앤드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와이프인 루스는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루스는 현재 집도 없이 차에서 숙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년 전 메이도프가 장인어른에게 돈을 빌릴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메이도프는 나스닥 증권거래위원장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었고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능력도 있었습니다. 그가 투자자에게 투자 실패를 인정하고 그가 잘하는 분야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했다면 메이도프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발리언트 사례는 미끄러운 경사의 또 다른 예입니다. 발리언트는 2010년 공격적인 인수와 가격 인상으로 단기적인 이익이 증가했습니다. 대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빌 아크먼과 협력하여 (쓰레기)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법에 저촉받지 않는 비윤리적 행위였지만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발리언트는 미끄러운 경사면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비윤리적 행위가 쌓이고 단기 이익에 눈이 멀게 됩니다. 고객의 건강을 지키는 제약회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R&D 삭감) 고객을 호구 만드는 전략(가격 상승)을 추구하면서 불법적 행위를 하게 됩니다.
발리언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기업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2015년 말 발리언트의 불법적인 행위와 비윤리적인 관행은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발리언트의 주가는 고점 대비 90%가 하락합니다. 제약업계의 천재적인 CEO로 평가되었던 피어슨은 비윤리적인 경영자로 재평가받게 됩니다. 피어슨은 “심장약 가격 인상 후회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윤리적 행위보다는 사소한 비윤리적 행위의 반복이 도덕적 이탈을 유발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소한 비윤리적인 행위는 궁극적으로 불법 행위를 낳게 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비윤리적 행위는 우리를 미끄러운 경사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