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

걸어가면 길이 된다

by 옹달샘


살얼음을 머금은 산,
나무들은 회색 옷을 입고
잎이 모두 떨어진 가지 끝에
남은 낙엽 하나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린다

길도 모르는 채
그저 올라온 산길

희미한 흔적을 따라가다
곧 끊길 것 같은 좁은 길
돌아서려는 순간
누가 지나갔는지 모를 자국이
앞을 열어준다

길을 잃을 듯한 불안감,
앞서간 누군가가 닦아놓은 자취가
내 마음에 작은 등불을 켠다



누군가 걷지 않았다면,
누군가 길을 내지 않았다면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려 사라지지만
산길을 먼저 밟은 사람은
뒷사람에게 길을 내주고
고요히 스스로 물러간다

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
낙엽 하나가 끝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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