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기 위해

겨울의 남은 말들

by 옹달샘


들판에 눈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흙 사이사이 박힌 흰 조각들,
겨울이 마지막으로 숨겨 둔 말들 같다

햇빛은 그 위를 천천히 훑고
들녘은 마블링처럼,

얼룩진 채로 부드러운 즙을 준비한다
녹은 물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냇가로 흐르기를 기다린다

냇가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흙에서도 따뜻한 김이 서리는 듯하고,

가지마다 물오르는 소리가 잔잔히 퍼진다

새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겨울이 물러나는 소리는 늘 이렇게 작다

이제 겨울과 작별할 시간
시장으로 걸음을 옮기고,
들판에서 보았던
그 얼룩을 떠올리며,
뒤집고, 또 뒤집어 한 입.
육즙이 먼저 녹고, 그다음이 겨울이다

겨울은 아직 서 있지만,
오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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