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침은 온다
어둠은 조용히 내려앉고,
가로등 불빛은 젖은 아스팔트에 얇게 번진다.
그 사이를 미끄러지듯 떠돌던
눈빛 하나가 멈춘다.
투명하게 흔들리던 동공은
초점을 잃고, 한참을 빈 그릇만 바라본다.
냄새가 남아 있을까, 기억이라도 남아 있을까, 얼마나 헤맸을까, 홀쭉해진 배는 어느새 등가죽에 붙어,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를 드러낸다.
상처 난 다리는 제 몸의 리듬을 따라오지 못해 절뚝거린다. 발끝이 닿는 순간마다 통증이 어둠 속에서 작은 불씨처럼 튄다. 스산한 바람이 골목을 쓸고 지나가면, 고양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털은 얇고, 세상은 넓고, 이 밤은 길다. 그럼에도 눈은 감기지 않는다. 길 위의 잠은 늘 비싸다.
그러다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귀가 먼저 움직인다. 혹여 올지 모를 캣맘의 발자국 소리. 비닐봉지의 바스락 거림. 사료를 통에 붓는, 알갱이들이 부딪히는 소리
귀를 세웠다가
아무 소리 없자
다시 내린다.
멀리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짧고 낮은 소리
겁인지, 부름인지, 알 수 없다.
고양이는 그쪽을 향해 걷는다.
다친 다리는 여전히 어긋났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밤은 길 위의 것들을 서로에게 밀어 넣는다.
상처와 상처를, 배고픔과 배고픔을,
골목 끝에서 바람이 다시 한번 몸을 훑고 지나간다. 고양이는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고,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무언가가 지나가도 놀라지 않기 위해, 배고픔이 등을 떠밀고, 외로움이 발끝을 당긴다. 길 위에선, 감추고 싶은 것조차
살아남기 위한 신호가 되니까.
그리고 고양이는 안다. 이 밤은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어둠이 영원히 눌러앉을 수 없다는 것을, 새벽의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어도, 어느 집 창문이 먼저 밝아질 것이고, 누군가 문을 열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시작할 것이다.
그 틈에서 작은 그릇 하나가 다시 놓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놓이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없어서 더 오래 기다리게 되는 일들,
길 고양이는 이 밤을 지난다.
상처 난 다리로도,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도, 빈 그릇을 견딘 마음으로도
그리고 아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