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
수줍은 속살처럼 발그레하게
천천히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리고
가지 숲 사이를 물들이며
아침을 연다
아직 시린 손끝을
호주머니 깊숙이 넣고
피어날 숨에 하루를 걸어두고 걷는다
눈을 감으면 닿는 것 하나 없어도
소리보다 먼저 와 있는 숲의 향기가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물소리를 따라가다
멈춘 걸음 앞에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려 나온 듯한
작은 새 한 마리,
징검다리 위에서 멈칫한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작은 새는 바위를 건너고
더 멀리 높이 눈짓을 보내며
스스로 나는 연습을 한다
초록 물풀 사이로
흐르던 냇물,
바위에 부딪혀 잠시 일그러지다
이내 더 또렷한 물결을 이루고
자신을 펼쳐내며 흐른다
밤사이 풀잎에 모아 두었던 서리
햇빛에 풀리며 흐르다가
그 물기 속에서
막 시작된 것들의 처음을 본다
방안 가득
햇살 한가닥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반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