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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Mar 22. 2022

왜 날지?

--- Ver. 갈매기의 꿈



파도 한 줌이 갈매기에게 물었다.

너는 왜 날아다니니?     


당혹스러워진 갈매기가 머뭇머뭇 말문을 열었다.

오래 전 나두 조나단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적 있는데

그가 대답했지.

'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나는 것을 사랑하다니, 그것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어디에서도 나는 것을 사랑해서 날아다니는 친구는 본 적 없었거든.

갈매기들은 먹이를 물어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겹게 날아오르지.

그런데 나는 것을 사랑하는 조나단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부드럽게 날곤 했어. 먹을 것에 아랑곳없이.

그런 조나단이 근사하게 여겨졌어.

그래서 그를 대신해 먹이를 물어다 주기 시작했지.

조나단은 더욱더 높이, 힘차게 날아올랐어.      


하지만, 알고 있었지

조나단이 자유로운 비행 뒤에 비틀거리며 착지한다는 것을.

변변찮은 시야와 변변찮은 그의 발톱을.

'나는 것'이란 버릴 것 다 버린 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지.     


마치 공중에 사뿐히 꽂는 깃발처럼

날고날아 날아올랐으므로

조나단은 더욱 잘 날게 된 거야.

그도 알고 있었을 거야.

내가 응원한 건 유려한 비행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용기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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