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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Feb 25. 2022

반전

----  얼루기의 사랑


길고양이들의 힘과 서열을 짐작게 하는 것은 밥자리의 순서다. 설령 여러 마리가 모여 있더라도 제일 먼저 밥자리를 차지하는 건 서열 1위만의 특권이다.

얼루기는 이 일대를 완벽하게 접수한 신흥강자다. 처음부터 얼루기가 강한 면모를 드러낸 건 아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쩍 마른 얼루기는  누렁이를 피해 쫓겨다니던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누렁이의 카리스마는 몇 년째 흔들림이 없었고, 그것은 아주 견고해 보였다.

그랬던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언제부턴가 누렁이가 보이지 않더니, 그 자리에 얼루기가 슬쩍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누렁이의 지위는 얼루기에게 승계되었다. 문제는 얼루기의 지나친 식탐에 있었다. 얼루기는 굶주렸던 시간을 만회라도 하려는 것처럼 밥자리를 차지한 채 끊임없이 먹어치웠다. 배가 불러도 좀처럼 밥자리를 떠나는 일이 없었다. 얼루기는 점점 비대해져서 목이 접힐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얼루기가 달라졌다.

어느날 조용히 밥자리를 내주고 비켜 있는 얼루기를 발견하였다. 얼루기보다 앞서 밥자리를 차지한 건 암컷 회색고양이였다. 소심하고 약한 회색이를 지켜주듯 얼루기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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