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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Apr 20. 2022

외로움의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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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의 잦았던 연락이 뜸해졌다.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으니, 연락을 먼저 관둬주면 좋겠단 마음을 읽은 걸까? 하지만 몇 차례 전례에 비춰 짐작하고 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녀는 다시 나타나 그간 쌓인 스토리들을 천연덕스레 늘어놓을 것이다. 그녀는 비교적 착해서 남을 잘 돕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비교적 정의로워서 부도덕한 일에 휘말리는 일도 거의 없다. 특히 부러운 건 원만한 사람 관계와 똑부러진 처세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좌중을 압도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곤 한다. 어렵사리 공부한 뒤 교육자로서 보람과 모종의 긍지도 갖고 있는 듯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그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굳이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설령 넘어진다 해도 혼자 벌떡 일어서는 용기가 그녀에게 있다고 믿었으니까.      

적어도 그녀의 그늘을 똑바로 바라보기 전까진 그랬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관계들만을 전전해 왔다는 걸, 

타인의 무관심을 못견뎌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녀 자신만 모른다는 걸 


그녀가 문 닫아걸기 전에 조금 더 일찍

그 너스레에 호응해 주었어야 했다

설령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사실과는 다르더라도

가능하면 진심을 담아 귀 기울였어야만 했다


외로움은 혼자 저지를 수 없다

그녀의 외로움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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