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우리는 선거에 관심이 없다

by 생각하는 쥐

내일 21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다들 고민이 많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 대통령 두 명이 탄핵당했다. 그중 한 명은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다가 불발되어 경악만을 안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문제는 두 명 다 대한민국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두 번이나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이번엔 누굴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걸 알려면 먼저 우리가 왜 실패했는가를 분석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부적합한 후보에게 투표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올렸고, 곧 경악하여 도로 끌어내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선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껏 살면서 내 주변에서 선거를 정말 심사숙고하여 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은 보통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어 투표조차 안 하거나, 후보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당만 보고 마음을 정하거나, 오며가며 방송매체에서 보았던 후보의 이미지만을 보고 투표한다. 심지어 나도 그랬다. 나는 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깊은 생각 없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후보에 대한 이미지와(대부분 언론매체를 통해 형성된) 아버지 말을 듣고 투표했다. 결론적으로 그 선택이 실패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대충 투표했다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러나 그렇게 투표한 나조차도, 내 주변 친구들(전부 20대 초반 남성이다) 중에 투표를 안 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고 경악했다. 아래 사진은 내가 거주하는 대학교 기숙사의 우편함인데, 선거 후보자 공약이 적힌 공보물이 배송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음에도 뽑아가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가족들은 어떨까? 동생은 정치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역시 언론매체를 통해 어렴풋이 형성된 이미지만을 가지고 투표하려고 한다. 부모님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뉴스도 열심히 찾아보시지만 후보자의 공약이나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철저히 분석하시진 않는다. 주로 당을 보고 뽑으신다고 하셨다. 할머니 할아버지 역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우세한 당에 투표하신다.


우리나라는 28년 전까지 육군 소장들이 쿠데타로 연이어 집권했고, 그 이후에도 쿠데타의 일등공신인 육군소장 노태우가 대통령을 지냈다. 또 민주적인 제도가 들어섰다 해도 제도뿐이지 경제와 사회에서는 아직 민주적인 절차가 확립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피흘려 얻어낸 성취인 만큼 정말 심사숙고하여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대충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보통 이런 태도에 대해 질문하면 '일이 바빠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그런 수고까지 들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쩌다 여가시간이 생기더라도, 선거를 대비해 공부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선거는 자신의 인생에서 '덜 중요한 일', '그냥 대충 하면 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왜 그럴까? 아마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이 미약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내 일, 내 공부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오롯이 져야 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잘못된 사람을 선출하더라도 그 책임은 5천 5백만 명의 시민이 나누어 진다. 즉, 내가 져야 하는 책임은 5천 5백만 분의 1로 희석된다.


더군다나 잘못된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불발되고, 엄청나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며 끌려내려 왔다고 해도 모두가 그 사람만을 욕하지 그 사람을 대통령에 앉혀준 유권자들을 욕하진 않는다. 정치인들의 말마따나, 국민은 '지엄한 존재', '떠받들어야 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제 2, 제 3의 박근혜와 윤석열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니, 몇 년 내에 이런 인간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대충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그런 사람을 걸러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은 이런 '대충 투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잘못 투표하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충 투표한다'. 그리고 이렇게 잘못 뽑은 지도자들이 누적되다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도 5천 5백만 분의 1 책임을 생각하며 대충 투표하다간 어쩌면 다시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것도 꿈이 아닐지 모른다.


그럼 이 글을 쓰는 나는 얼마나 공부하고 투표하려고 할까?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도 후보자들을 살피는 데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이진 않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더해 그들의 공약과 생애 정도만 약간 살펴보았다. 한 후보에 대해서만 그가 저술한 책을 읽어 보고 그에게 표를 주기로 결정했다. 굳이 숨길 것 없다. 권영국 후보다. 가장 지지율이 낮은 후보. 원래는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었으나 권영국 후보가 평생 노동운동에 헌신했다는 점, 가장 진보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점을 알고 나서 그를 지지하기로 했다. 내 룸메이트는 '나이 든 정치인들 말고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면 좋겠어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준석의 공약을 보면 특별히 청년친화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젊다고 해서 별다른 검증 없이 표를 주는 건 '대충 투표하는' 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전장연, 동덕여대, 중국 관련해서 혐오감정을 부추기는 후보라면 더더욱. 첨언하자면 가장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김문수 후보다. 2차례나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의 후보일 뿐더러 내놓는 정책 역시 기업에게 혜택을 주고 기업을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공약 위주다. 이재명 후보 역시 그보다는 진보적이지만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인지 조금만 더 온건한 '기업을 위해 다 해주겠다' 공약을 내세워서 실망이 크다. 이준석 후보 역시 기업에게 엄청난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영웅제도란 걸 만들겠다고 하는데...내여기에 엄청난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후보들이 '돈이 최곱니다! 돈 벌 수 있는 과학기술이 최곱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권영국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들은 모두 과학기술 강국을 외치며 기업들에게 엄청난 편의를 봐주겠다고 부르짖던데 이 역시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좋은 주제 같다. 나중에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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