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괴롭다

왜 나는 내 일을 통제할 수 없을까?

by 생각하는 쥐

나는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다. 아버지에게 등떠밀려 선택한 전공이었기에 처음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니, 싫었다. 약간이나마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군 전역 후 복학하면서였다. 그런데 기계공학에 대한 흥미와는 별개로, 학교생활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내 일을, 내 인생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폭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철학과 사회과학, 과학이 주된 관심사이고 문학과 음악에도 흥미가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내 폭넓은 관심사를 천천히 탐색하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내 기대와는 달리 대학에서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1학년 때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었고, 2학년 때부터는 직접 수강신청을 하긴 했지만 결국 들어야 할 과목은 정해져 있었다. 전공필수, 교양필수과목을 듣고 졸업기준을 맞추려면 결국 같은 전공 학생들은 수업 시간만 다른 똑같은 시간표를 가지게 된다.


아쉽게도 나는 고등학생 때 수학과 과학에 열정적이지 않았기에 전공과목을 듣기 위한 배경지식이 좀 부족했다. 그래서 복학 후에는 배경지식을 좀 더 공부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과목들을 들으면서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당히 어려웠지만, 일단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수업 진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을 많이 들여 한 과목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다. 수치해석, 유체역학, 고체역학, 열역학은 흥미로운 과목이다. 그러나 수업 진도에 맞추려다 보니 피상적으로 훑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러한 수업 방식에 큰 불만을 느꼈다. 더군다나 시험까지 치니까 스트레스는 배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빈말로도 성취가 뛰어났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정해준 과목을 정해준 진도대로 배우면서 나는 내 선택권을 빼앗겼다고 느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속도로 공부할 선택권 말이다.


마치 대학이 공장 같다고 느꼈다. 특정 분야의 특정 지식을 가진 인간을 찍어내는 공장.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내용을 집어넣으면 원하는 제품이 튀어나온다고 믿는 공장. 대학 입학 전에도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적잖이 고통받았지만 대학교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내 철학 식견은 뛰어난 편이 아니다. 아는 것도 많지 않기에 여기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하긴 힘들다. 하지만 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기보다는 기업에 전문지식을 갖춘 제품을 공급하는 공장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학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취업이다. 학교 어딜 가든 취업이란 단어가 들어간 현수막이 걸려 있고, 취업 기관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님들도 '취업'이란 말을 수시로 꺼낸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비교과 활동의 대다수는 취업 준비 관련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나 역시 직무 세미나란 이름의 취업 관련 비교과 활동에 여러 번 참가했다.


대학에 자유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입학 후 정해진 시간표대로, 정해진 속도로 지식을 욱여넣어야 한다면 수업시간 외에는 교실 바깥에 있어도 된다는 점만 빼고 초, 중, 고등학교와 다를 점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에 더 큰 부를 안겨다줄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에 있어 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같은 투입으로 같은 성과를 내는 제품이 아니다. 초, 중, 고,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통제형 교육은 오히려 인간의 기회를 박탈하고 좌절감을 안겨 주지 않나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교육한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이는 내가 너를 어떤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너를 통제하고 조형하겠다는 말이다. 즉 타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써 권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교육하지 말고 학습을 지원하면 어떨까 싶다.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존재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진다면 저마다 알맞은 속도로 배워나갈 것이다. 교육부부터 '학습지원부'로 바꾸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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