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패스트 푸드처럼 패스트 러브가 있다.
자만추, 자보고 만남 추구. 뭐 이런 것과 일맥상통하다.
첫 만남에 할 거 다 해보고 사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내가 추구하는 건 아니긴 한데, 보통은 어느 정도 대화해 보고 데이트 한 번 하면 사귀곤 했다. 지금까지는 말이지.
슬로우 푸드가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럼 슬로우 러브도 그럴까?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슬로우 러브를 하고 있는 나. 상대가 신중하고 느린 사람이다. 사실 그런 연애를 해보고 싶긴 했는데 이 정도로 느린 걸 원한 건 아니라고!
패스트 러브는 어쩌면 상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슬로우 러브는 그런 면에서는 탈 날 일이 없달까. 만난 지 세 달 가까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서로에게 존대하고, 데이트 두 번에 손잡고 안아본 게 전부. 심지어 사귀는 것도 아님. 서로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썸인가? 애매하다.
가끔이지만 얼굴만 봐도 기분 좋고 이런 느린 속도를 버틸 수 있는 건 내가 지독한 얼빠라서겠지. 너무 내 스타일이다.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하면 좋겠다. 제발.
30대 중반에 이런 초초초초슬로우 러브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혼 시급을 외치는 내가 이렇게 느린 남자를 만나서 느림의 미학을 배울 줄은.
확실히 패스트 러브보다 속이 편하고 체하지 않는다(?). 다만 이 속도가 답답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공들여야 하는 법. 그의 속도에 맞추려 한다. 그는 늘 바쁘지만 매일 한 번 이상 꼭 연락을 하고, 성실하고 꽉 찬 하루를 보내는 배울 점 있는 사람이다. 목표가 있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어쩌면 그 여정에 내가 끼어든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약간 억울한 점이 있긴 하다. 그가 먼저 다가왔고 날 꼬셨다(?).
어쨌거나 힘든 시기에 나에게 온 이 귀여운 남자를 꼭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