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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엘 Sep 15. 2021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

[플랫폼 엘 디자인 뮤지엄]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은 현대주의 이후의 현대성을 대표하는 예이다"
-영국 타이포그래퍼 겸 편집자 로빈 킨로스, 1993 <아이>11호



플랫폼 엘 _ 카럴 마르턴스 작가 인터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카럴 마르턴스(Karel Martens, b.1939)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널리 존경받는 디자이너이자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라 불리는 카럴 마르턴스의 국내 

첫 개인전인 <카럴 마르턴스 : 스틸 무빙>은 지난 2018년 10월 11일 서울, 플랫폼 엘에서 열렸습니다. 


근 60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그 분야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카럴 마르턴스의 전통적 

인쇄매체 기반의 디자인 작업부터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가미된 설치작품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미지와 텍스트, 수학적 사고와 감성, 응용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Karel Martens

약 80세가 된 카럴 마르텐스는 1939년 네덜란드 동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Mook en Middelaar)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디자인이 하나의 과목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그는 대학에서 회화, 조각 같은 순수 미술 

수업만 들었을 뿐 디자인은 전혀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1998년 네덜란드 아르헴에서 인쇄술 전문 석사 학위를 공동 설립하며 네덜란드가 타이포그래피 계열에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전시 제목인 '스틸 무빙(Still Moving)'은 정지 사진(Still Photograph)을 뜻하는 '스틸(Still)'과 움직이는 

사진, 즉 영상을 뜻하는 '무빙(Moving)'의 조합입니다. 대비되는 두 단어의 조합은 장르와 매체,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상기시키며, 팔순을 넘는 나이에도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지칠 

줄 모르는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입니다.

플랫폼 엘 <카럴 마르턴스 : 스틸 무빙> 전시 포스터

한국의 디자인계와 미술계, 교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슬기와 민(Sulki and Min)과 김영나(Na Kim)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두 디자이너는 각각 이번 전시의 그래픽 디자인과 전시 연계 상품 디자인을 맡아 스승의 전시에 힘을 보탭니다.


"탈현대주의 세례를 받은 내게 현대주의가 여전히 '악마'였다면,
마르턴스의 작품은 영혼을 팔 만한 악마였다."
-슬기와 민, 책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中


카럴 마르턴스 그래픽 디자인 
카럴 마르턴스 Three Times, 2018
플랫폼 엘 _ 카럴 마르턴스 인터뷰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은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들을 활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미를 단순하면서도 

풍성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냅니다. 숫자와 글자 같은 텍스트를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색깔, 모양 등 

이미지로 치환하여 표현하거나, 이미 사용한 봉투나 고지서 등 과거가 있는 종이 매체에 인쇄하거나, 버려진 

자동차의 부품 등 시간성을 지니는 금속 오브제를 이용해 종이에 압력을 주어 인쇄하는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연구하고 구현해내는데요. 하루에 단 한 가지 색깔만을 인쇄하고 잉크가 다 마른 다음 날 그 위에 

로운 패턴을 덮는 등 작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세심한 작업 스타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아서> 표지 이미지

오아서는 네덜란드어로 오아시스(OASIS)라는 뜻을 가진 건축 간행물로, 1981 년 델프트 공과대학의 

건축학부 교수진으로부터 시작되어 2018년 5월 100호 발행에 이르기까지 약 37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럴 마르턴스 : 스틸 무빙> 전시에서는 오아서의 100호 발행을 기념하여 마르턴스가 작업해온 전 오아서 

디자인 스프레드와 스케치, 실물을 선보였는데요. 오아서는 본래 A4 판형의 중철로 된 평범한 디자인이었지만, 

출판사가 SUN으로 바뀌며 마르턴스가 디자인을 시작한 1990년 발행된 28호부터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2018 년 발행된 100호 까지, 오아서 시리즈는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 다양성과 

실험성을 보여줍니다.

플랫폼 엘_Installation Image of 'OASE' issues
플랫폼 엘_Installation Image of 'OASE' issues


Installation Image of <Colours on the Beach>, Le Havre, 2017

<Colours on the Beach>는 2017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의 도시 르 아브르 Le Havre에서 동일한 

이름의 작품으로 진행한 대형 설치 작업입니다. 르 아브르 해변의 500년 역사를 기리기 위해 그 지역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며 상징적인 역할을 해오던 흰 캐빈들에 색채를 입히는 설치 작업을 하였는데, 그 713 개의 캐빈 중 

한 개를 플랫폼 엘 중정에서 선보였습니다. 다양성을 통한 통합을 상징하는 미묘한 색채 구성은 캐빈이라는 건축적 

그리드에 컬러 줄무늬를 배열한다는 단순한 원칙에 기반합니다. 줄무늬의 폭과 색채의 배열 방식에는 숨은 메시지가 존재하는데, 1517년 프랑소아 1세가 도시 건설 당시 제정한 법령에 현대 암호 해독법을 적용함으로써 도출된 색채 알고리즘에 따라 색채가 입혀지며, 이 과정을 통해 도시 건설 행위는 시각예술로 승화됩니다.


플랫폼 엘_Installation Image of <Colours on the Beach>


Icon Viewer, 2017

<Icon Viewer>는 카럴 마르턴스가 15년 이상 동안 연구해 온 아이콘-픽셀 언어의 확장에 대한 작업이자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작업입니다. 마르턴스는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구성된 수천 가지 아이콘을 배열하여 특정 이미지를 형상화한 프린트 작업을 지속해왔다. 는 기존 프린트 작업의 확장된 형태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객의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형상화됩니다.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그에 따라 아이콘이 변화하며 화면에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플랫폼 엘_Installation Image of <Icon Viewer>

전시는 또한 플랫폼 엘의 커미션을 통해 제작된 카럴 마르턴스의 신작 <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을 선보였습니다. 본 작품은 카럴 마르턴스가 2013년 도쿄 긴자 그래픽 갤러리에서 선보인 바 있는 <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Tokyo>의 서울 버전으로, 암스테르담과 

서울의 시간차를 착시 현상과 숫자에 의한 디자인을 활용해 시적으로 표현합니다. 국내 테크니션과의 협업을 

통해 가로 9m에 달하는 대형 설치를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초기 작업 ‘레터프레스 모노 프린트’, 시계의 시, 분, 초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 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플랫폼 엘_Installation Image of  <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

그밖에도 카럴 마르턴스의 딸 클라아제 마르턴스(Klaartje Martens)가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제작한 스카프와 지갑이 전시 기간 동안 아트샵에서 판매되며 <카럴 마르턴스: 스틸 무빙> 포스터 굿즈 또한 플랫폼 엘 오프라인 스토어 또는 스타일 엘큐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플랫폼 엘 [디자인 뮤지엄] 카테고리에서는 국내.외 디자인 전시와 디자인 행사, 영감 등 디자인과 관련된 

여러가지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카럴 마르턴스: 스틸 무빙> 전시 도록은 플랫폼 엘 홈페이지 

(www.platform-l.org)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플랫폼 엘은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열려 있는 학습과 탐구의 공간, 국내외 예술가 

및 기관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플랫폼 엘은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해 온 (주)태진 인터내셔널과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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