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효능감

by 다중성격자

비그리의 가장 큰 발작버튼은 불안감으로 추정된다.

지래짐작하고 큰소리가 날까봐, 불이 켜질까봐, 엄마아빠가 혼낼까봐 뿌악 하고 성질을 낸다.

말을 못할때는 이유를 몰랐으니 너무 답답했다. 지금은 이유는 알지만 '이 아이는 왜이렇게 유난스럽지?'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머리가 커져가는 비그리는 위에 나열한 원초적인 이유 이외에 또다른 짜증 버튼이 생겼다.

다행히 이건 발작버튼 수준은 아니고 여러 이벤트들이 쌓이면 이유없는 짜증과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애정결핍(?)과 효능감 결핍이다.

뒤집어 말하면 비그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유지되면서, 딴에는 뽐내는 행동을 제지당하지 않을 때 우리집에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주위 사람 특히 내가 비그리를 이뻐라 하고 칭찬하고 이런 분위기였다가 훈육모드 또는 나의 기분이 다운되어 냉정하게 대하면 비그리는 삐뚤어진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더 하고, 하라는 건 죽어라 안하고...

그리고 밖에서 영어노래(사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는...)를 하지 말라고 제지하면 우왁하고 또 성질을 부린다. "내맘대로 할꺼야! 조용히 싫어" 그리고 내가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기만 해도 "내말만 내말만!"이런다. 이놈시키가 이럴땐 뭐 메이져 이벤트(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가 아니기 때문에 어 그래... 하고 지나갈 때가 많긴 한데... 저런 애를 누가 놀아줄까?하는 걱정이 한보따리 생긴다.


생각해보면 이런 애착, 효능감도 비그리한테는 불안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거 같기도 하다.

그러니 새로운 짜증버튼도 예전의 발작버튼에서 파생된거라고 볼 수도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폐적 행동을 나타냈던 본류에서 새로운 변수들이 생기는 듯한 느낌이다.

즉 불안이라는 마그마가 비그리 안에는 여전히 보글거리고 있는데 소리/빛에 대한 예민함은 인지가 발달하면서 어느정도 감내 가능한 수준이 되고 있는것 같고, 새로운 '사회적' 자극이 마그마가 분출되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듯 하다.


비그리 정서가 이러하다면 그럼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효과적일까?

내 생각은 이렇게 기승전 비그리의 사회성 키워주기 미션으로 끝난다.


재밌는건 애착, 효능감은 짜증버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불안을 낮춰주는 버튼이 될 수도 있다.

비그리에게 아낌없이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잘 할 수 있는것을 마음껏 하게 하는 것, 이것이 사회성 치료의 시작이 될 것 같다. 대신 너무 하나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몇 가지 대안을 탐색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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