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예후는 지능이 거의 결정한다는데...

by 다중성격자

자폐의 예후, 즉 이 아이가 자라면서 보통의 사람들과 얼마나 잘 섞여서 살 수 있는지 정도는 지능으로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능이 보통 이상이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지 학습할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비그리가 웩슬러 검사를 할 때 속으로 '제발 지능이 높게 나와라...'하고 빌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폐아는 지능검사 결과가 처참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미리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글자를 아직 모르는 어린이의 경우 검사자와 상호작용을 하며 소통을 해야하는데, 자폐아는 자기 세상에 빠져서 딴소리와 딴짓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그리의 지능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우리 비그리가 평균도 안되는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렇게 말길을 못알아 들었나? 학교 들어가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나는 워킹맘이라 공부 봐줄 여유가 없는데 내가 붙들고 가르쳐야하나? 별 걱정이 벌써부터 많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능은 변화한다는데, 특히 학습과 관련한 뇌의 기능은 청소년기까지 발달한다는데, 그럼 자폐 치료의 주축은 인지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잡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왜냐하면 자폐 진단 또는 자폐 의심 소견을 듣고 가장 먼저 추천 받는 것은 ABA와 언어치료이고, 이건 인지능력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대신 문제가 되는 '행동'을 없애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연습시킨다. 이 치료도 물론 양육을 수월하게 하고(문제 행동이 사라지므로) 지금 당장 어린이집 생활을 무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능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치료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런 치료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권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발달 센터에서도...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타고난 지능은 생각보다 바뀌지 않는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자폐아의 지능은 제대로 측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에러 범위가 클 것이므로, 비그리는 그래도 평균은 되는 아이일거라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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