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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55)

출가하고 싶습니다 (1)

3. 저는 출가하고 싶습니다. 

(20대 후반,여성, 6개월 간 대화한 내용을 압축함)

그녀

저는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삶과 죽음을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종교 공부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어 답답하여 출가하고 싶습니다.

질문

당신의 나이가 이제 29세인데 괜찮겠습니까?

그녀

무슨 뜻인지요?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질문

 출가를 한다면 어쨌든 금욕의 길을 가야하고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버려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중요한 시기에 성취감과 삶을 즐기지 못하면서까지 생명 에너지를 억압하며 살려 하시는지요? 쉽지 않기도 하고 나이를 먹은 후에 제대로 성취가 되지 못하면 후회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성취욕구에 비해 사회적 환경을 극복할 힘이 없어 도피처로 출가하는 것은 의식의 퇴보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경험 삼아 해보는 열린 마음으로 선택할 수는 있겠지요.


그녀

그동안 그냥 그냥 살아보았지만 쉽지 않더라구요. 짝사랑도 해보고 고백도 해보았지만 상처만 받았어요. 돈이나 명예에는 그다지 관심 없고 생존을 위해 학교를 억지로 다녔는데 막상 졸업했지만 번듯한 직장을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알바는 하고 싶지 않지만 독립하려면 돈을 모아야 합니다. 엄마와 이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한 달 생활비를 제가 다 감당하며 산다는 것은 너무나 힘듭니다. 하는 수 없이 귀를 막고 잔소리 많은 부모님 곁에 살고 있는 제가 한심하고 못났습니다.


질문

당신은 불만족스런 자신과 환경을 직면하는 대신 도피처를 찾는 느낌입니다. 구도자의 길도

껍데기에 흐르는 생각 차원이 아니라 가슴에서 깊게 동의한 결단의 차원에서 결정을 할수록 

의심과 방황 대신 집중을 하며 성취할 수 있을 것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물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인 것은 이해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경쟁적인 사회구조에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질 통로도 없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존하느라 힘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구조는 의식이 높은 젊은 친구들이 모순들을 혁신해 갈 때 더 나아질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당신 은 현실의 문제를 피하고 싶어 출가하려는 것인지 삶과 죽음의 문제에 근원적인 답을 알고 싶어 출가하고 싶은 것인지 깊이 숙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자신에게 스스로 솔직한 태도를 갖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한 생각이 생긴 동기를 정확히 모르면서 무의식적으로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실패를 거듭한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바닥을 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녀

음....... 솔직히 저를 이루는 마음에는 크게 두 가지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어머니는 완벽주의 철벽녀입니다. 어린 시절 제가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비싼 교육으로 저를 몰아갔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거의 매일 혼 났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것밖에 못 해? 나가 죽어라' 이렇게 늘상 혼나다 보니 세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만 같고 불안과 공포가 늘 자신감을 잃게 했어요. 그래서 독립을 하고 싶어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 했었는데 제 말을 들어줄 리가 없는 분이었습니다.


질문

아!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고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요?

그녀

두 분이 가게를 하시는데 아버지는 늘 한마디도 못하시고 종처럼 쩔쩔매고, 엄마가 집안을 통제하고 끌고 나가는 것에 묵묵히 따르는 편입니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시지만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고 무언의 이해를 해주시는 편이라 차마 가출을 할 수 없더군요.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또 의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알바를 하기도 하고 방 안에 처박혀 그냥 있기도 합니다.

질문

부모님 두 분이 자주 싸우셨나요?

그녀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셔서 엄마가 악을 쓰며 난동을 부려 아빠가 엄마에게 그릇을 던진 일이 있었어요. 엄마는 그 그릇을 잽싸게 받아 아빠에게 다시 던져 아버지 머리에서 피가 났어요. 저는 울면서 놀라서 가출한 동생을 찾으러 다니다 대문 앞에서 밤새 울다 잠이 들었어요. 또 한 번은 아빠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엄마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내고 한밤중에 모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 남편과 술 마시지 말라' 소리 소리 질러 밤새도록 무서워서 혼났어요. 제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빠는 조용히 숨죽여 사는 가련한 가장이 되었지요.

질문

부모는 자기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행복하지 못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무지함 이지요. 카르마 라고 하는 것은 이런 방식으로 무의식적으로 어린 자녀의 세계관을 만들어줍니다. 까르마는 물론 스스로 만들고 선택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모 자신은 자식을 위해 내 인생을 바쳐 노력하고 양육하니까 당연하다 생각하는 무지함이 더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게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제가 선택한 것이란 말인가요? 저는 그때도 지금도 바보처럼 아무말도 못해요. 왜 그럴까요? 지금도 두 분이 싸우면 엄마의 폭력적인 잔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요, 그것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 집에서 나가거나 두 분이 싸우지 않게 노력하고 싶거든요. 제가 무기력한 자식이란 것도 까르마 입니까?

질문

네, 당신의 까르마입니다. 까르마는 우주가 움직이는 법칙입니다. 나쁘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당신이 오래전부터 심어 놓은 마음의 씨앗이 만든 결과 이며 이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는 운명의 수레바퀴로 작용하는 것뿐입니다. 인간의 참된 마음은 순수하고 선합니다. 당신의 연약한 심성이 주변의 폭력적인 에너지로 너무 기가 죽어 눈치를 보며 자라다 보니 내면의 중심인격의 에너지가 많이 부서져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불안하고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그 환경을 받아들이면서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한편은 거부하며 분노하고 반대로 받아들이며 체념하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엄마의 부정적이고 멸시하는 에너지는 엄마 인생에서 만들어진 그녀의 것인데 당신에게 퍼부었으니 당신도 당연히 전염된 것입니다. 당신은 불쌍한 아버지 모습에 연민을 느끼며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엄마를 정확히 인식했다면 당신은 자유의지를 벌써 드러내 당신 길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질문

간단합니다. 당신은 엄마에게 길들여져 아빠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빠가 엄마 앞에서 말도 없이 주눅들어 눈치 보는 것처럼 저는 공부를 하거나 무언가 배우려 할 때마다 손에 땀이 나고 집중이 안 되어 떨곤 합니다.

머리 속에선 '너는 안돼, 기대를 저버린 부족한 딸이야. 나가 죽어.'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무력해지면 잠이나 자고 싶습니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저를 늘 지배하고 있어 요가도 하고 수련원도 찾아다녀 보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질문

당신이 엄마의 한풀이 대상과 욕받이 노릇을 하는 동안 제대로 사춘기를 겪지도 못했군요.

사춘기를 통해 인간은 나라는 에고를 형성합니다. 싫고 좋은 것과 나다운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지요. 건강한 사람은 이 과정에서 반항과 수용하는 능력을 배웁니다. 언젠가 당신이 건강해지면 엄마에게 지적할 수 있게 됩니다. ‘엄마 당신의 말은 나를 아프게 하고 무력하게 합니다. 비난 보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지지하고 신뢰해주세요. 비난과 멸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그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동생은 나하고 정반대입니다. 제멋대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어요.

여자도 자유롭게 만나는 것 같고 친구도 많습니다. 엄마도 동생한테는 잔소리를 안해요.

이상해요? 왜 저에게만 이러는 것인지.

질문

당신이 반항하지 않고 듣고 있으니까 계속하는 것이죠. 여성이고 맏딸인 당신을 자신의 분신으로 존중없이 감정적 동일시를 해버린 셈입니다.

엄마는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과 자기 인생에 대한 좌절감을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었군요. 자녀는 그 자체로 소중한 자유로운 존재인데 책임감과 선택의 자유를 배우지 못한 어린 자녀들은 세상에 나가는 것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출가하고 싶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가 과연 충분한지도 의문이 듭니다. 솔직히 당신은 출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잘 보세요.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까요?


그녀

갈등이 하도 많아서. 뜻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까 생각해도 답이 없습니다.

질문

제가 답을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하므로 섣부른 결론을 하나 분명히 할게요. 인간에게 갈등은 존재 안에 있는 우리의 본성을 발견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랑은 바로 이 갈등을 버리게 하는 좋은 친구입니다.

타인과의 갈등 그리고 나 자신과의 갈등을 하나로 순일하고 온전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갈등이 없다면 사랑하기 쉬울 것이라 믿지만 갈등이 있기 때문에 사랑을 배우게 되고 성장시키게 됩니다. 다만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과 고립과 좌절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까르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알고 의식적으로 깨어서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

아니 그럼 엄마를 사랑하란 말인가요? 그렇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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