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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 (56)

출가하고 싶습니다.(2)

질문

우리는 사랑을 잃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엄마를 돌보거나 이해하고 용서할 힘이 없습니다. 아직은. 오히려 당신 자신을 사랑할 힘을 일깨우는 것이 훗날 부모님을 수용할 에너지를 일깨우는 것이겠죠. 물론 당신은 사실 엄마를 몹시 사랑하지만 그녀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와 엉켜있어 자신을 속이게 되기도 합니다. 우선 사춘기 아이처럼 독립된 홀로서기를 통해 부모님을 객관화할 여유가 필요하겠죠.

깨달음이란 이 본래의 ‘참나’ 안에 있는 사랑을 일깨우고 척박한 현실에서 실현해가는 과정임을 배우는 것과도 닮아있습니다. 당신이 불교를 선호하니까 예를 들어 붓다의 자비는 악인 조차도 분노나 비난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힘을 의미합니다.     

그녀

어쨌든 전 엄마와는 더 한 공간에 있는 것이 괴롭습니다. 결혼을 하고 싶기도 한데 남자친구도 없고 모태 솔로에 가깝다 보니 남자들이 무섭습니다.     

질문

지금 결혼하면 어떨 것 같아요? 당신 안에 마음의 부정적 쓰레기들로 가득한데...

인간은 자신의 세포와 두뇌에 깊이 감응되고 있는 감정 상태의 지배를 받는 존재입니다.

어느 날 짠하고 백마 탄 왕자가 나를 행복 속으로 데려갈 것이란 상상은 동화 속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불행하고 우울한데 갑자기 기적처럼 행복한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로또에 당첨된 많은 사람들은 맨 먼저 감추어 둔 욕망이 폭발하여 가정도 파괴시키고 탕진하는 경우를 잘 보십시오. 행복은 내가 행복에 관심을 갖고 느끼며 가꾸어야 사라져 버리지 않습니다. 외부 환경이 어떤지 핑계를 대고 합리화 하는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만 출가의 과정도 쉽지 않은 고행입니다. 견뎌낼지 의문이 드는군요.     

그녀:

허긴....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집에서 딩굴거리며 살고 있네요.     


질문:

경제적인 독립도 필요조건이지만 그 이전에 당신의 존재를 세워가는 것이 먼저 인데 혹시 명상 단체에서 배운 것이나 경험한 것들이 있는지요? 어떤 가능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출가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그녀:

음.... 제가 가끔 예지몽을 꾸기도 하고 데자뷰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기독교를 공부했을 때는 하느님이란 존재에 의지할 수 있어서 잠깐 평안했어요. 나를 믿지는 못해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믿는 것이 이렇게 평안함을 준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저의 엄마가 불교 신봉자라 교회를 못 다니게 했어요. 여자가 자전거 타는 거 아니라고 동생에게만 자전거를 사주는 분인데 엄청 혼이 나니 무서워서 몰래 다닐 수는 없더라구요. 절에 다니는 것은 허락해주셨어요.      

질문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당신입니다. 누군가 선택을 강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전생과 현생에서의 당신이 배운 것이 당신의 재산입니다. 긍정적인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를테면 행복감이나 기쁨이 당신 안에도 있으나 당신의 현재는 그 신성이 눌려 있고 마음의 균형이 많이 깨져서 엄마와의 스트레스에 집착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감정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거든요. 조현병이나 공황장애, 우울증 등도 마음의 균형이 중심을 잃고 방치되어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종종 일시적이라도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표현입니다. 

지금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가능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주 필요합니다.

당신 마음을 글로 쓰며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며 흘러가는 생각을 진실된 것인지 묻고 답하는 것부터 해볼까요? 당신이 어떤 끈을 잡고 일어나 걸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저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고 당신의 눈으로 달을 찾아낼 때까지. 

당신은 전생에도 출가를 했었을 것이고 그때 완성이 되지 못한 아쉬움도 많겠지만 불교 수행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시대도 이미 아닙니다.      

그녀

그래도 그런 환경 속에 있으면 빨리 좋아지지 않을까요?     

질문

당신이 좋아진다는 말 안에 담긴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녀

어릴 때부터 인간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물어볼 수도 없고 그 답을 찾아내야 제가 좋아질 것 같다는......     

질문

다 좋습니다. 모두 잊고 지금부터 침묵 속에 있어 볼래요? 모든 마음 에너지를 가슴이나 호흡에 집중하며 그냥 지켜보는 자로 남아 보실까요? 흘러가는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하게.      

그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세요. 한번 해볼게요.     

질문

지나가는 생각이 옳다는 생각 혹은 맞는다는 생각 혹은 이 생각은 나야. 하는 등의 모든 마음을 내버려 두고 온전히 에너지를 모아 침묵으로 가보실까요?.     

그녀

잘 안됩니다.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너 뭐해?’ 하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질문

좋습니다. 그 생각이나 이미지를 ‘내것이 아니야.’하며 내버려 두어 보시면 차차 사라질 것입니다. 혹은 ‘괜찮아, 나는 고요한 참나이며 평화이야.’하는 마음을 만들어 보셔도 좋습니다.     

그녀

다시 해볼게요. (한참 동안 침묵 속에 있어 보았다.)

 아... 녜. 그냥 생각을 바라보고 흘려보내 보았습니다. 물론 잠깐은 생각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질문

그 순간에 머물 때 평안함을 느껴보셨나요?     

그녀

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짧은 순간이라.     

질문

다시 해보시고 생각이 멈추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에 마음이 멍해져 비어진 것 같을 때 평화를 집어넣어 보세요. 그러면 공에 떨어지지 않고 명상이 긍정 체험으로 전환됩니다. 명상 초기에는 마음 갈아끼기를 해주면 참나의 평안함과 자존감에 접근이 쉽습니다.

마음은 믿음의 대상 아닙니다. 마음은 과거의 산물이거나 느낌이 모여 만들어지는데 늘 변화합니다.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잘 보세요. 깨어서 마음이 아직도 출가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해진다면 출가를 하셔도 좋겠지만 하나로 마음이 응축되지 않고 의심과 불안이 많다면 당신을 하나로 모으게 하는 방편들을 찾아보시는 것이 당신의 길입니다.     

그녀

아.......

제가 너무 한 생각에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해서.     

질문

맞습니다. 한 생각에 몰두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분들은 실재로 해보아야 그 생각에서 자유로워집니다. 그럼 출가에 대해 생각만 하시기 보다는 갈 만한 절을 알아보시고 종단에 승려가 되기 위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시겠습니까?      

그녀

생각만 하고 그냥 되려니 생각하고 있었네요. 알겠습니다. 알려준 방식으로 쌓여있는 습관적인 괴로운 생각을 알아차려 볼게요.

(한 달 후에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

출가 한다고 마음 먹고 알아보니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막상 부모님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스님이 되기까지 거쳐야 할 것들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구체적으로 알아보며 상상을 해보니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질문

저 역시 불교, 기독교, 힌두교, 무슬림 등의 종교 교리를 공부해왔습니다. 지금은 깨어남의 길이 아주 풍부한 방편을 가진 시대입니다. 자신의 꿈과 욕망을 성취하면서도 얼마든지 지혜롭게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아니지요. 사회와 인간이 요구하는 지성과 자유의 열망이 과거에 비해 아주 높은 수준에 와 있습니다. 일반적인 종교의 교리와 수행을 따라야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에 대해 다시 숙고해 보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나 답게 살아갈 때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불행이 뒷문으로 들어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곤 하지요. 인간 생존의 역사에 종교는 필요에 의해 창조된 것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면 굳이 수행을 하거나 깨달음 같은 추상적인 것을 추구하겠습니까?      

그녀

무슨 뜻인지.     

질문

예수와 부다, 힌두교의 수많은 성인들의 삶을 잘 살펴보면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길을 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라마 크리슈나는 무당체질이라 신에 대한 헌신과 비워냄으로 깨달았다면 오쇼 라즈니쉬와 마하리쉬는 오랜 생의 수행으로 사하스라르 챠크라가 이미 활성화된 사람으로 태어나 깨달았다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수많은 성인들은 지성의 힘을 일깨우거나 사랑의 길을 걷다 깨어나기도 합니다. 즉, 자신의 기질과 삶 안에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추종과 복종 만으로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본성의 평화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우리 내면에는 각자의 씨앗이 있고 그 기질과 경험이 필요로 하는 토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있는 그대로 충만한 존재임을 깨닫는데 시간도 걸리지 않고 남을 따를 이유도 없습니다. 아주 간단한 것이지요. 더우기 그들의 교리는 우리의 초자아가 되어서 그렇게 따르지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거나 책망하기 쉽습니다. 자유를 향한 노력의 과정은 자유로운 선택과 깨어있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과정에서 책임과 성취를 맛보며 춤추듯 흘러갑니다. 과정이 억압과 금기와 규칙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우리 안에 욕망의 방향을 다룰 줄 알면 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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