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번째 가을 - 두번째 날
10월 10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59번째. 50대의 마지막 생일이다. 생일 축하는 어제 했고 오늘은 나 혼자만의 서울여행이다. 그런데 아들이 같이 놀아주겠다고 한다. 프리랜서로 사진 찍는 일을 하는 아들은 오늘 약속이 없단다. 와 신난다. 아이처럼 좋아했다. 3년 전 내 생일에도 아들은 순천까지 깜짝 방문했고 아들과 함께 하동의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는 감격을 누렸다. 오늘도 아들과 데이트다. 남편에게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생일 축하하고 함께 하지못해 미안하다고. 은퇴 장로님들과의 야유회를 위해 산정호수로 향하는 중이란다. 사역에 충실한 게 더 감사하다.
아들과의 데이트는 돈가스로 시작했다. 연인들이 많이 간다는 망원동의 돈가스집을 검색하고 둘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복잡한 시내를 차로 간단다. 전철 타고 가자하니 엄마 생일이니 차로 모신단다. 고맙다. 오늘은 그냥 다 받자. 그리고 기뻐하자.
우리가 함께 간 곳은 청와대 사랑채라는 곳이다. 청와대 방문은 다음 기화로 미루고 사랑채에 살포시 발을 디뎠다. 늘 경복궁에 와서 저만치 청와대만 바라만 보고 갔지 이 옆에 이런 사랑채가 있는 줄 몰랐다. 특별히 「설렘의 빛 연화」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조선 왕실 밤 잔치의 풍광을 모티브로 한 연화는 사랑채의 서정성과 어우러지는 점진적 빛을 통해 오는 이를 따듯하게 맞는 매체예술 실감 체험 전시란다.
우리 선조들이 마음을 정화하고 오는 이를 반색하곤 했던 곳이 이 사랑채란다. 두 개의 전시관으로 이어진 기획전에 먼저는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벌레 소리와 함께 반딧불의 향연을 두 번째 방에서는 밤 잔치를 밝혔던 조선 왕실 등 연화의 빛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올리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두운 방 안에 은은한 등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밤하늘에 등불 넣은 초롱을 띄우는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공간을 넓게 느끼도록 사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끝없이 펼쳐진 공간은 더욱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와 멋지다.
아주 어렸을 적, 시골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 때 전기가 없어 등잔불을 켰을 때의 기억이 소환된다. 이렇게 꽃이 그려졌거나 곱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불빛은 잊힌 기억의 서랍 속으로 나를 불러들인다. 할머니 품은 불빛만큼 따스했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등잔불빛처럼 한없이 흔들렸던 것같다.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들은 사진을 찍어준다. 마음에 든다. 센스있는 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