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의 스톤헨지, 책의 도시 옥스퍼드
한국을 떠날 땐 긴 여름의 끝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 상큼했는데
이곳 런던은 어느새 초겨울 기온이 냉랭하다.
그 아침, 런던 도심을 떠나 코츠월드와 솔즈베리 언덕의 스톤헨지,
그리고 옥스퍼드를 도는 투어에 나섰다.
돌무덤인 스톤헨지는 종교적 유적지이자 권력과 부의 상징이며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농사를 짓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멀리 안개에 휩싸여 보일 듯 말듯한 스톤헨지는 신들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듯했고
반면 자신들의 신비를 안개로 위장이라도 하듯 몽환적이었다.
7대 불가사리 중의 하나라 하는 이곳은 영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인류의 문명을 숨기고 있는 또 하나의 신비 같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니 이곳에서 일하고 먹고 사랑하고 삶을 이어갔을
오천 년 전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 삶은 형태만 다를 뿐 지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부단히 이어져가고 있다.
그곳을 나와 옥수포드로 향했다.
옥스퍼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하나의 대학이 아니라,
38개의 단과대학이 모여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대학의 명성이기도 하지만
해리 포터의 몇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덕후들이 가장 좋아하는 크라이스트 칼리지는 옥스퍼드 대학 겸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맥고나 걸 교수를 만나던 계단과 호그와트 학생들이 항상 모여 연회를 펼치던
그레이트홀을 돌아보았다.
그레이트홀의 창은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으며 벽면에는 수많은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도 보인다.
외부로 나오면 톰 쿼드(중정)와 톰 타워(Tom Tower)가 보인다.
과거엔 톰 타워의 종소리로 학생들의 통금시간을 알렸다고 하는데
이제 통금은 사라졌지만 종은 여전히 울린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물은 1700년대 만들어진
옥스퍼드의 대표 도서관인 레드클리프 카메라(edcliff Camera)였다.
그 앞에 자전거가 몇 대 보였고 가이드는 그 자전거에서 내리는 척하며
옥스퍼드 대학생인 양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라 한다.
너도 나도 가이드의 말처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 나는 이런 사진보다는 저 도서관 안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내가 늘 다니는 도서관과는 어떻게 다른 분위기일까?
저 안에 있는 오래된 책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옥스퍼드 학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니, 이 생에서는 닿을 수 없는 꿈이다.
레드클리프 카메라(edcliff Camera) 도서관
이곳이 먼저였겠지만 케임브리지에도 있는 탄식의 다리가 저만큼 보인다.
교수 방에 들어갔다가 원하지 않은 점수를 받고 돌아 나오며 탄식했다는 탄식의 다리....
나의 대학시절이 순간 스쳐갔다.
아침 일찍부터 김밥 한 줄로 보낸 영국 외곽 투어는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며 소박하게 사는 저들의 삶과,
세계의 역사를 이끌어갔던 위대한 인물들을 배출한
옥스퍼드대학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으로만 보던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를 투어에 보내고 혼자 쉬는 시간을 갖은 딸은 또 저녁 만찬을 준비해 놓았다.
삼겹살과 김치찌개로 허겁지겁 타국에서의 허기를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