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성을 거닐다
누군가가 말했다.
“모든 그림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
그 저마다의 사연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눌은밥과 멸치볶음이 아침의 전부였지만 어제 본 그림 감상평으로 식탁은 넘쳤다.
오늘은 버크셔주 윈저에 있는 성채를 보러 간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찼지만 창 밖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다.
몇해 전 스코틀랜드를 갈 때 하늘도 그랬다. 창틀로 보이는 하늘이 모두 그림이다.
기차역에 내리자 가까이 보이는 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엄이 느껴졌다.
든든히 먹어둬야 구경하기에 좋을듯하다고 딸은 때마다 끼니 챙기기에 마음을 다한다.
어른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딸로서는 음식이 제일 신경 쓰인단다.
그저 고맙다.
비프스테이크. 생선 튀김과 버거 등. 이름도 모를 음식들이 화려한 옷을입고 식탁에 오른다.
서로의 것을 먹어보며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 이야기로 흘러갔고
뭐니 뭐니 해도 집밥이 최고라는 결론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윈저성은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견고함과 웅장함이 시선을 압도한다.
건축에 관심 있는 친구 남편은
“이 도대체 이걸 그시대에 어떻게 지었지”
반복할 뿐이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미 길게 줄 서있다.
관람의 편의를 위해 시간별로 입장을 조정하고있다.
우리는 특별히 퀸 메리 돌 하우스를 보기 위해 줄을 섰는데 도대체 줄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런던보다 북쪽이라 기온도 차고 바람은 많아 기다리는 내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가만히 보면 그 긴 줄을 기다리면서도 저들중 누구 하나 불평을 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대화를 나누며 묵묵히 기다린다.
얼마 지나 드디어 우리도 입장.
퀸 메리 돌 하우스는 1920년대 제작된 미니어처로 실제 생활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전기배선은 물론이고 수도시설 도서관까지 실제로 작동하도록
예술성과 기술성이 결합된 예술의 백미라 할 수 있단다.
그 앞에서 감탄하느라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어지는 왕실 컬렉션은 그림은 물론 역사적 유물과 고급 가구, 은식기와 정교 하게 제작된 도자기까지
왕실의 호화로운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쉔부른 궁전에 갔을 때도 그 찬란함과 화려함에 놀랐었다.
지금까지 그 시절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남아 보존된 것도 신기했다.
한 점 한 점 관람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곳을 나와 조지 성당으로 들어갔다.
헨리 8세와 찰스 1세 등의 왕족이 잠들어있는 이성당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역사의 일부분이었던 이들이 잠들어있고
얼마 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이곳에 묻혔단다.
윈저 성을 나오며 우리나라의 궁궐인 경복궁과 창덕궁을 생각해 봤다.
나무로 지어져 전쟁과 화재로 소실되었다 재건되는 역사를 반복했던 우리네 궁궐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우리나라 궁궐은 궐 안으로 자연을 들여와 자연과 하나가되는
세계에 유례없는 문화재임을 알고 있지만 궁궐의 내부는 비어있는 듯 느껴졌다.
튀르키에의 토카프 궁전이나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에도
그 시절의 유물이 그자리에 보존되어있음을 볼수있었는데.
일제에 의해 빼앗기고 훼손되었기 때문일까?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무지 때문일까?
좋은 구경을 했지만 씁쓸함과 분함이 가슴을 저민다.
이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나는
우리 역사를 조금 더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