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죽음 4/6
2021/8/14
TV를 통해서 보는 세상은 고통의 바다와 같습니다. 연이어 밀려오는 해일과 같은 팬데믹, 산불에 쫓겨 바다로 피난하는 사람들, 지하철과 터널에서 수몰되는 사람들,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차별과 증오범죄...
물론 TV가 세상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넘쳐납니다. 아름다운 초록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옥을 경험합니다. 세상이 원래 그런 건가요 이렇게 된 건가요?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수 만년 전 수렵채취 시대의 유골데이터 분석으로 그 당시 사람들의 건강상태와 생활상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의 건강영양 상태가 농경시대 이후보다 월등히 좋다고 합니다. 건강이 행복의 중요한 지표라면 수렵채취 시대의 사람들이 훨씬 행복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세상의 고통은 농업혁명이 시작하고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하며 생겨난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염병이 가축을 키우면서 다른 동물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사회가 커지고 국가 생겨나면서 각종 사회문제와 전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뼈 빠지는 노동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청정 자연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지천에 널려 있는 먹거리를 따먹으며 살아가던 그 시대를 낭만적으로 그려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에덴동산이 바로 그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뼈 조각 하나에 묻어 있는 희미한 증거 하나로 수렵채취 시대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 깨닫습니다. 겨울날 몇 달이고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맹수의 공격은 어떻게 할까요?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와 더위는?.. 그때는 그때 대로 고통스러운 일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고통은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고통의 바닷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눈부신 과학문명의 발달도 인류가 겪는 고통을 줄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유명한 하라리(Yuval Harari)의 'Sapience'입니다. 가끔 좋은 책 추천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책입니다. 유인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감동적인 통찰력으로 꿰뚫은 정말 강추하는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이 팔렸으니까 페친님 가운데서도 읽어 보신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번역서 제목도 '사피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