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나?

민족의 이름으로 3/5

by 화가 경영학자
.trashed-1689417983-20230615_194504[1].jpg Globe Trotting Series no.35 Tokyo/Ueno Park/ Busking


2023/6/15


지금부터 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대부분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하면 전쟁 이외에는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던 때였습니다. BTS는커녕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나오기 전이었으니까요.


제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이 해외입양아를 돌보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셨는데 한 번은 유럽 가정에 입양되었던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홈스테이로 머물면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알게 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저의 집에 온 소피(가명)는 30대였는데 양부모가 훌륭하게 키워서 대학원 교육도 받고 8개 언어가 가능한 여성이었습니다. 역시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한국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그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모든 것에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라는 공항에서부터 역시 세계 최고라는 서울의 지하철, 고속도로를 보면서 마음 한편에 슬픔이 밀려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잘 사는 나라에서 왜 자기를 먼 나라로 보내야 했는지..


자기가 있었던 고아원을 알고 있고 생모도 만나려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온화한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결코 아니지만 우리의 딸은 '우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참 좋은 말입니다. 우리의 아들딸, 우리 가족, 우리 이웃, 우리나라, 우리 민족.. 태어나면서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 것들이지만 참으로 귀한 것들입니다. 우리라고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비참할까요?


우리에게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우리는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일 뿐입니다.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의 고원에서 시작하여 누구는 유럽으로 가고 누구는 아시아로 누구는 아프리카에 남지 않았겠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또 누구는 아메리카로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갔습니다.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반도에서 우리가 우리가 된 것은 기가 막힌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신 IT 기술의 발달은 모든 학문 분야에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연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IT 기술이란 계산능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고 연구는 결국 계산을 하는 것이니까요. 인류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최신 IT기술을 적용하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고원에서 발원한 인류가 어떤 이동경로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지배적 가설이 뒤집어지고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가 되는 것은 어떤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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