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벤처 6/6
2023/7/30
1997년 대한민국을 엄습한 외환위기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 가슴에 커다란 상처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썰물처럼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불과 몇 달 사이에 환율이 세 배 가까이 치솟았지요. 경제 성장의 엔진은 차갑게 식고 많은 기업들이 부도와 파산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대량 실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래 사진에서 처럼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보유외환이 고갈되면서 국가부도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IMF로 긴급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국가부도의 벼랑 끝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한국의 경제의 키는 IMF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한국이 경제 주권을 잃어버렸던 날이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에서나 나라의 경제에서나 위기는 찾아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그 위기는 기회를 품고 온다고 합니다.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위기는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고 위기 이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고통으로 기억하는 그 외환위기가 사실 한국 경제에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급등한 환율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무역적자를 흑자로 바꾸고 이후 오랫동안 흑자기조가 정착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해외로부터 각종 투자가 밀려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IMF로 경제 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진정 기회가 되고 축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재벌을 개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외환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재벌의 방만한 투자와 경영으로 한국 경제 전반이 경쟁력을 잃어버린 데 있었습니다. 재벌 개혁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한국을 지배하는 최고의 권력층인 재벌을 감히 개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외환위기는 재벌의 힘을 일시적으로나마 약화시켜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을 대대적인 재벌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의 재벌 체제는 이 구조조정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재벌입니다. 각 재벌이 하나의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짜여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각 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외환위기가 가능하게 했던 구조조정 덕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앞으로도 크고 작은 위기는 끊임없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위기도 끝이나 몰락이 아니라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를 해소하고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