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2/4
2021/11/23
제가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아닌 것이 축복이라고 했는데 좀 과장을 하긴 했지만 지나친 과장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산유국이 되는 것이 오히려 큰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석유수입이 줄고 수출이라도 되면 원화가치가 급등하게 되며 이는 산업기반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지금 환율이 1100 이하로 내려가도 산업계가 비명을 지르는데 7~800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면 살아남을 수출산업은 없습니다. 유가가 떨어져 통화가치가 떨어져도 한 번 산업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산유국에 산업이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가는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석유 생산이 GDP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성장과 물가 등 거시 지표들이 극도로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석유 수출로 인한 발생하는 수입을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나라에 석유가 나면 석유생산에서 얻은 수입은 기득권층이 다 차지해 버릴 것입니다. 소득불평등 심화는 기정사실이며 이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 겨우 자리 잡은 민주주의도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된다는 것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바다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틈만 나면 침략 기회를 엿보는 나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영유권 분쟁에 휘말릴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잦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또한 그림의 석유채굴선에서 기름 누출이라도 일어나면 우리의 바다는 씻을 수없는 상처를 입게 되며 그로 인한 황폐는 바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일입니다.
산유국의 꿈, 그것은 장밋빛 꿈이 아니라 가위눌리는 악몽이 되기 십상입니다.
사진출처 Wall Street Journal